[제16회 LG배 세계기왕전] "놀라운 棋才"

〈제6보〉(133~160)=세계 유일의 '박사 기사' 문용직이 최근 모습을 드러냈다. 기사직 은퇴 후 홀연히 사라진 지 햇수로 3년 만이다. 어디서 무얼 하며 지냈는지 그는 밝히지 않았다. 예전보다 조금 더 말랐고, 조금 더 덥수룩해졌으며, 눈빛이 조금 더 형형해졌다. 그리고 다방면에 걸친 지식과 지식들을 교통정리하는 철학적 사유(思惟)의 범위가 더 넓어졌다는 느낌이 전달돼 왔다. 인터넷과 바둑 잡지에 그 특유의 날카로운 이론이 다시 실리기 시작했다.

흑이 ▲로 잇자 백이 △로 중앙 흑세를 지운 장면. 이 바둑 검토 자리에 잠시 합석한 문용직이 흑▲를 보더니 "놀라운 기재(棋才)"라며 연방 탄복한다. 133 단수치고 135로 끊자 그 넓은 곳에서 신기하게도 수가 나기 시작한 것. 136으로 참고도 1이면 4까지 양자충(自充)이다. 결국 149까지 멀쩡하던 귀의 백 3점이 또 패(覇)에 걸렸다.

이번에도 팻감이 떨어진 백, 154로 묘한 곳에 착점한다. '처분에 맡긴다'는 메시지다. 귀의 백 석 점을 따낼까 아니면 '가'에 젖혀 백 전체를 패로 몰아갈 것인가. 그러나 김지석의 선택은 155~159였다. 자체로 두껍고 팻감도 많이 나오는 얄미운 전략이다. 다시 공을 넘겨받은 백은 일단 패를 때리고 보는데…. (147 153…133, 150 160…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