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기어, 깨달음을 찍다

망명지 다람살라에서 독서에 몰입한 달라이 라마의 실루엣, 천막과 히말라야 산맥을 배경 그림 삼아 예불(禮佛) 드리는 사람들…. "깨달음은 온전히 우리 안에 있다"고 말하는 '불자(佛子) 배우' 리처드 기어(62)는 자신이 촬영한 사진에서 우리 안에 깃든 깨달음을 이야기한다.

22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개막 행사를 연 리처드 기어는 사진을 이렇게 정의했다. "네모난 상자 안에 세상을 편집하는 정치적 작업." 어린 시절 아버지가 카메라를 사주면서 사진에 입문했다는 그는 "사진은 삶을 특정한 형태로 필름 테이프 안에 집어넣는 영화와 작업 과정이 대단히 비슷하다"며 "세상을 어떻게 편집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은 이성이 아닌 감성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그가 선보인 사진은 티베트를 비롯해 네팔, 부탄, 몽골 등 불교 국가들의 풍경 64점. 그곳에서 작업을 하는 건, "히말라야에서 2500년 전 불교가 시작된 후 (종교적) 순수성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는 티베트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작심한 듯 발언을 이어갔다.

다람살라에서 찍은 작품 '학대의 방법(Methods of Killing)'을 소개하면서 기어는 "중국에 의해 고문당한 승려의 모습이 그려진 그림을 봤는데, 실제 그들을 만나보니 모두 사실이었다"며 "그런 끔찍한 일이 거기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며 관심을 촉구했다. 전시는 7월 24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