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LG배 세계기왕전] 대쪽 棋風

〈제7보〉(161~187)=전투력 자체만 놓고 보면 김지석은 이세돌이나 최철한에게도 밀리지 않는다고 평가하는 프로들이 많다. 그럼에도 그의 국내 랭킹이 7위에 머물고 있는 것은 진퇴(進退)의 유연성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 형세에 따라 적절히 물러서기도 하고 양보도 하는 능력을 배양한다면 정상 진입도 가능하리란 얘기다. 지금까지의 김지석은 '부러지되 휘지는 않는' 대쪽 같은 스타일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전보(前譜)에서부터 그는 전혀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다. 하변 패싸움에서 단번에 요절내려 하지 않고 우하귀를 두껍게 지키며 팻감을 장만하더니 164의 도발에도 165로 꾹 참아둔다. 패를 키워오면 좌상귀 팻감을 쓰겠다는 백을 향해 '나도 우하귀에 팻감이 많으니 서둘지 않겠다'고 회신한 것.

175는 더욱 놀랍다. 백에게 176을 허용하고 고작 백 한 점을 따내다니. 하지만 이런 식으로 두껍게 정리하는 전략이야말로 우세한 바둑을 마무리짓는 요령이다. 175는 거의 10집에 달해 자체적으로도 작지 않은 자리. 뻘쭘해진 백은 흑 '가'의 약점을 외면하고 178에 붙여 버텨본다. 그리고 186으로 밀어 마지막 '항쟁'을 시작했다. 179로는 참고도가 최선이었다는 국후 결론. (166 174…△, 171…163, 1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