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LG배 세계기왕전] 잇단 패싸움

〈제8보〉(188~204)=전반적으로 중국 기사들의 기풍은 한국에 비해 덜 치열하다는 평을 듣는다. 신중하게 균형을 맞춰갈 뿐 여간해선 칼을 뽑지 않는다는 것. 퉈자시(?]嘉熹)는 그런 중국 기사들 틈에서 매우 이례적인 싸움꾼으로 꼽혀 왔다. 하지만 한국 대표 파이터 중 한 명인 김지석을 만나선 시종 고전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둘은 지난해 딱 한 차례 만나 김지석이 승리, 퉈자시로선 설욕을 벼른 한 판이었다.

난전(亂戰)형 기사들끼리의 바둑에선 대개 패(覇)싸움이 자주 일어난다. 평탄한 진행으론 졌다고 본 백이 손을 빼고 변화를 구하면서 우상귀가 또 패에 걸렸다. 그러나 백은 확실한 실탄(팻감)도 안 보인다. '가'의 절단을 노리며 194를 팻감이라고 우겨 본다.

단점을 곱게 이어줄 김지석이 아니다. 195, 197로 또다시 패. 198로 먹여쳐 오자 199로 우지끈 따냈다. 202까지 백의 상변 소득도 작지 않지만 203으로 좌변 대마가 기어이 몰살했다. 이제 유일한 미제(未濟)는 우상 일대 흑 대마의 안위다. 물론 귀의 백이 패를 이겨 먼저 삶을 구해야 한다는 전제가 따른다. 건곤일척, 최후의 '마무리 쇼'가 임박했다. (183…▲, 19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