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동물 치료·성형수술에 부가세… 세금 폭탄 논란

정부가 다음 달부터 애완견(犬)의 동물병원 치료비에 부가가치세(10%)를 물리기로 하자, 수의사회·동물애호단체들이 항의하고 있다. 이들은 "세금 부과로 진료비가 오르면 그 부담 때문에 저소득층과 중산층 가정에서 버려지는 애완견이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대한수의사회·동물권리옹호시민단체(KARA·Korea Animal Rights Advocates)·환경운동연합 회원 등 3000여명은 지난 21일 과천정부청사 앞에서 동물진료비 부가세 반대집회를 열고, "개·고양이는 단순한 애완동물이 아니라 평생을 함께하는 반려(伴侶) 동물"이라며 "개와 고양이를 사치품으로 보고 부가세를 매기는 것은 정부의 편견"이라고 밝혔다.

동물권리옹호시민단체 오순애 이사는 "지금도 동물병원 진료비가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비싼데 (부가세가 부과되면)앞으로 버려지는 개가 늘어날 수 있다"며 "부가세로 걷힐 돈이 70억원인데 비해 버려진 개 처리 비용이 한해 102억원이 들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세금을 낭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맹인에게 길을 안내하는 개의 진료비에까지 세금을 물리는 건 지나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낙연의원(민주당)이 애완견 진료비 부가세를 폐지하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안을 냈으나 지난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심의가 보류됐다. 이후 기획재정위 소속 국회의원들의 홈페이지에는 "내년 총선 때 심판하겠다"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애완동물 진료비 부가세로 걷을 세금은 130억원으로 추정된다"며 "일본·영국·프랑스 등 대부분의 국가들이 동물 진료비에 부가세를 부과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 달부터 유방확대·지방흡입·쌍꺼풀·코성형·주름살제거술 등 5가지 미용성형 수술에 부가가치세(10%)를 매기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저항이 거세다. 성형외과의사회·성형외과 학회 등 관련 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성형외과의사회 등 4개 의료단체는 “7월 1일부터 성형수술을 받으려면 부가세 10%를 환자가 더 내야 합니다”는 호소문을 만들어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다.

성형외과의사회는 “쌍꺼풀수술이나 유방확대술은 단지 외모를 예쁘게 하려는 미용 수술이 아니라 자신의 단점이나 콤플렉스를 개선할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국광식 성형외과의사회 부회장은 “취업하지 못한 젊은이들이나 은퇴자들이 외모를 개선하려는 것은 단순히 미용을 위해서가 아니다”라며 “외모가 경쟁력인 시대에 수술비가 비싸지면 이들에게 오히려 좌절감만 안겨줄 뿐”이라고 했다.

성형외과 의사들은 “성형은 행복을 추구하려는 인간의 권리로, 이런 행복권을 제한하는 악법은 폐지되어야 한다”고도 했다.

5개 수술은 연간 3만여명이 수술받는 것으로 성형외과의사회는 추정했다. 쌍꺼풀 수술 2만여건, 코 성형 7000여건, 지방흡입술 5000여건 등이다. 5개 수술의 시장규모는 총 3000억원가량이다. 부가세를 매기면 연간 300억원의 세금이 걷힐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부가세 부과 대상에 남성의 음경확대술이 빠졌는데. 주로 여성들이 하는 쌍꺼풀 수술이나 지방흡입술, 유방확대술에 세금을 매기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다른 국가들도 질병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성형은 면세하고, 미용 목적 수술에 대해선 과세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