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 쑤는 중국 본토펀드, 볕들 날 오려나

무서운 기세로 일본을 따라잡고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도약한 중국. 그 중국 대륙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중국 본토 펀드에 국내 투자자들이 2조원가량의 돈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나날이 몸집이 커지고 위상이 높아져가는 중국 경제와는 달리, 중국 펀드는 도무지 맥을 못 추고 비실대고 있다.

지난 23일 현재 중국 본토 펀드 잔액은 2조1000억원이고 설정액이 50억원을 넘는 펀드만 25개에 달한다. 그런데 이 펀드들의 설정일 이후 수익률이 대부분 마이너스다. 펀드 정보 제공업체 제로인에 따르면 중국 본토 펀드의 올해 평균 수익률은 마이너스 7.4%에 불과하다. 홍콩에 상장된 중국 기업인 H주에 투자하는 펀드(-3.9%)보다도 수익률이 더 낮다. 중국 본토 펀드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과연 본토 펀드에 볕 들 날이 돌아올까.

◆제한된 자금, 제한된 수익률

중국 본토 펀드는 지난 2007년 국내에 처음 출시됐다. 중국 정부가 외국인 투자 적격을 심사해 할당량을 정하는 바람에 생긴 희소 가치 덕분에 2008년까지 본토 펀드는 3000억원 넘게 팔렸다. 2008년 9월에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본토 펀드는 한때 반 토막이 났다. 이후 중국 경제가 조금씩 회복되자 다시 국내 증시에 붐이 일어나 2009년 말부터 2010년까지 2조원 가까이 본토 펀드에 돈이 몰렸다.

하지만 중국 증시가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본토 펀드의 수익률은 기대에 못 미친다. 2007년 10월 중국 상하이 종합지수는 6000포인트까지 올랐다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반 토막이 난 뒤 현재는 2700포인트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중국은 2003년부터 연 10% 이상의 경제성장을 유지해왔고 2007년 13%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2008년과 2009년에도 9%대 성장을 이어나갔다. 2010년엔 10.3%로 두 자릿수 성장률을 회복했다.

그런데도 상하이 증시가 이토록 부진한 이유가 뭘까. 가장 큰 원인은 인플레이션(물가 급등)에 있다. 중국 정부는 치솟는 물가를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계속 올려서 돈줄을 죄는 긴축정책을 펴왔다.

게다가 중국의 넘치는 자금이 주로 부동산으로 쏠리면서 상대적으로 증시에는 덜 유입됐다. 그 밖에도 중국 증시의 시가총액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금융주와 에너지주가 정부의 규제로 힘을 못 쓰면서 증시 전체가 침체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경환 현대증권 선임연구원은 "본토 펀드는 상당한 자금을 중국의 금융주와 에너지주에 투자했는데, 중국 정부가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은행 대출을 규제하고, 정유사 판매가를 통제하는 바람에 이 종목들의 실적이 좋아질 수 없었다"고 말했다.

중국 증시에 상장되는 기업 숫자는 계속 늘어나는 반면, 외국인 투자는 제한돼 있어 기업의 주가가 오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윤창보 GS자산운용 전무는 "우리나라도 상장 기업 숫자가 빠른 속도로 늘던 2000년대 초에는 코스피지수가 1000을 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중국의 긴축 끝나간다"

중국 본토 펀드가 수익률 부진을 만회하려면 중국 증시가 회복되어야 한다. 올 하반기 중국 증시 전망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낙관적 전망이 흘러나온다.

우선 중국 정부의 긴축정책이 끝나간다는 기대가 호재로 꼽힌다. 성연주 대신증권 선임연구원은 "지금까지 악재는 증시에 대부분 반영돼있어 중국 증시는 바닥을 쳤다는 전망이 우세하다"며 "3분기 중반부터 긴축정책이 완화되면서 올 하반기에는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중국 정부가 최근 기업들의 상장 심사를 엄격히 한다는 점도 호재다. 최근 중국 상장 기업들의 성과 부풀리기 현상으로 시장의 신뢰가 무너진 상태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가 IPO 심사를 까다롭게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 증시의 회복세에 대해 지나친 기대를 갖지는 말라는 의견도 있다. 박성현 미래에셋증권 투자전략팀 과장은 "중국 증시가 회복될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부동산 버블이나 중국 기업들의 불투명한 회계는 여전히 투자의 위험 요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