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스·테크노… 모든 음악 자유롭게 넘나들고 싶어"

―그럼 그동안 노래가 싫었단 말인가.

"공백의 직접적 요인은 EBS 라디오 프로 '한영애의 문화 한 페이지'(2002~2009년) 진행이었다. 음악은 물론 문학, 미술, 영화를 모두 다루다 보니 진행자로서 매일 관련 행사를 모두 경험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있었다. 원래 한 번에 두 가지를 못하는 성격이다. 노래가 하기 싫어진 시기도 있었다. 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다."

―과거에도 한영애는 과작(寡作) 아티스트였다.

"사실 그런 부분들이 늘 죄송스러웠다. 1990년대 한 기사는 '한영애는 자기가 노래하고 싶을 때 무대에 섰고 대중이 원할 때 떠났다'고까지 했다. 최근에 그 문구가 자꾸 떠오른다. '내가 나만 생각하고 지냈나?'라고 반성한다. 그리고 되뇐다. '앞으론 열심히 노래해야지'라고."

―이번 공연은 어떻게 꾸며지나.

"히트곡들을 들려주지만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편곡하고 있다. 전자음의 톤을 효과적으로 살릴 생각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그의 2·3·4집 프로듀서였던 송홍섭씨가 밴드를 이끌고 음악 감독 역할도 한다. '사랑과 평화' 출신인 그는 국내 최고 베이시스트. 록의 대부 신중현씨의 아들인 신윤철·신석철씨도 함께한다. 윤철씨는 아버지 못지않은 장인적 기타리스트로 인정받고 있고, 석철씨는 드러머다. 수퍼 밴드의 진용인 셈이다.

―인터넷으로 발표할 음원은 무엇인가.

"'말도 안돼'(3집)와 '비애'(2집)를 7월 초에 내놓는다. 이후 한 달에 한 번씩 계속 히트곡들을 새로 녹음해 발표한다. 가을 무렵에는 신곡도 나온다. 누가 들어도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그런 노래다."

―왜 앨범이 아닌 인터넷 음원 발표인가. 한영애도 시류는 어쩌지 못하는 건가.

"오랜만에 나오는 만큼 대중의 반응을 보며 한 발짝 한 발짝 조심스럽게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컸다. 앨범이 사라져가고 있는 현실에 대한 고려도 물론 있었다. 그러나 나중에는 발표된 노래를 묶어 한정판 앨범으로 내놓을 것이다."

―'비애'를 생각하면 작곡자인 고(故) 유재하씨가 떠오른다.

"1987년 9월이었나? 이 노래를 주면서 '누나 꼭 히트시켜야 돼. 안 그러면 내가 불러'라고 했다. 재하는 정말 대중과 함께 호흡하고 싶어하는 뮤지션이었다."

―최근 MBC '나는 가수다'에서 후배 JK 김동욱이 당신 노래 '조율'을 불러 화제가 됐다.

"원래 한돌씨의 노래다. 누구의 노래로 알려졌든 지금 다시 대중의 입에 오르내린다는 것 자체가 기쁜 일 아닌가."

―직접 '나가수'에 나가고 싶은 생각은.

"글쎄, 내가 나가면 1등은 못할 것 같다(웃음). 이 프로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말이 많지만 공연계가 전반적으로 활성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반갑다. '왜 진작 뮤지션들이 저런 긴장감을 갖고 음악을 하지 않았을까'하는 의구심은 든다."

―당신은 어떤 음악인이라고 생각하나.

"솔직히 말하면 천재도 아니고 아주 창조적인 뮤지션도 아니다. 어중간하다고 해야 하나? 그렇지만 매순간 음악을 대할 때 열심히 성실히 해왔다는 것만은 자신한다."

―자신의 중성적이고 굵은 음색에 만족하나.

"허스키한 목소리가 미성보다 쉽게 사람들의 귀를 붙잡는다는 건 인정한다. 그래서 더 절망할 때도 있다. 내가 독특한 톤을 갖고 있지 않았다면 과연 이만큼 세상의 인정을 받을 수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는 거다. 음악 생활에 성실하지 못할 때는 내 목소리가 아주 듣기 싫을 때도 있다."

한씨는 "음악에서 에너지를 찾는" 자유인이다. 1970년대부터 해바라기, 신촌블루스를 거쳐 솔로 활동을 했던 그는 포크·록·블루스·테크노를 두루 자신의 영역으로 감싸 안았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음악적 형태를 한 번씩은 내 것으로 만들어보고 싶은 염원도 여전하다"고 했다.

공연 문의 (02)517-0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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