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평생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퇴직하고 나서야 내가 가정에 얼마나 소홀했는지 깨달았다." (김종구·66)
서울시가 자치구와 함께 조사한 '서울시 평생교육기관 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 대상 평생교육 강좌 중 자서전 쓰기 강좌가 개설돼 인기를 끌고 있다.
사단법인 서울시니어아카데미에선 지난 4월부터 15주 과정의 '내 인생의 황금기를 위한 자서전 쓰기'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강의는 주 1회 2시간씩 진행되며 현재 30명이 참여하고 있다. 50대 2명과 40·70대 1명씩을 제외하면 나머지 26명 모두 60대다. 수강생들은 인생의 전환점·가족·사랑 등 9가지 주제에 대해 A4용지 2장 분량으로 글을 써와 그룹별로 토론을 벌인다. 주제별 글쓰기가 모두 끝나면 쓴 글을 취합해 각자의 자서전을 출간하게 된다. 자서전을 만들 때 수강생들은 자유롭게 내용을 빼거나 추가하고 제목을 붙인다. 41년 간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했던 수강생 김종구씨는 "자서전 쓰기를 통해 뚜렷한 삶의 방향을 잡게 됐다"고 말했다.
마포공동체라디오에서 운영 중인 '노인, 미디어자서전 만들기' 강좌 역시 수강생이 몰렸다. 자서전을 책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디카를 활용해 영상으로 만들거나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만든다는 점이 특징이다. 강의는 미디어에 낯선 노인들을 위한 '미디어 친해지기' 프로그램과 실제 '미디어 자서전 제작수업'으로 구성된다. 수강생들은 처음 4주간 다양한 미디어를 접해본 뒤 영상·라디오자서전 제작 중 하나를 선택해 집중 교육을 받는다. 이 강좌 역시 모집 당시 신청자가 폭주해 반을 꾸리는 데 애를 먹었다.
서울시니어아카데미에서 자서전 쓰기 강의를 하고 있는 경기대 조해경 교수는 "자서전은 과거를 단순히 정리하는 책이 아니다"면서 "현재 관점에서 과거를 재해석해 앞으로 더 좋은 삶을 살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