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LG배 세계기왕전] 싸움의 技術

〈총보〉(1~227)=217이 왜 묘착인지 참고도가 말해준다. 단순히 1, 3으로 두어도 살 것 같지만 10까지 두 눈 마련이 불가능하다. 김지석의 장기(長技)가 최고로 발휘된 한 판. 몸끼리 부딪치면 그 어떤 장사에게도 밀리지 않는 괴력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 '그라운드'를 넓게 사용하며 고비마다 힘이 실린 주먹을 상대 급소에 정확히 꽂아넣는 '싸움의 기술'은 눈부실 정도였다.

지나친 공격 성향이 유일한 약점으로 지적돼 오던 그가 '속도 조절' 능력까지 보여준 것도 큰 변화. 좌변 백 미생마에 대한 공격 타이밍, 하변에서 패(覇)를 낸 뒤에도 서둘지 않고 판을 정리해가는 솜씨는 동료 프로들의 찬탄을 불렀다. 반대로 퉈자시는 마치 상대를 시험이라도 하듯 지나치게 좌변을 방치하다 우르르 무너졌다.

김지석은 실력에 비해 세계대회서 불운했던 기사로 꼽힌다. 지난 연말 제15회 삼성화재배 때 모처럼 4강까지 올랐다가 구리(古力)에게 패해 탈락한 아쉬움을 올해는 달랠 수 있을까. 그의 LG배 본선 진출은 이번이 연속 4년째다. (53…48, 106 112…46, 109…103, 147 153 163 171…133, 150 160 166 174…142, 173…47, 190 204 210…124, 193 207 212…187, 227수 끝 흑 불계승, 소비시간 백 3시간 9분, 흑 4시간 17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