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때 죽은 형에게 바치는 눈물 젖은 장학금 3000만원

61년 전, 김용욱(79·사진)씨에게 쌍둥이 형 용식씨와 두살 터울의 누나 용옥씨는 이 세상의 전부였다. 세 남매는 보란 듯이 성공하겠다며 평북 강계의 작은 마을을 떠나 낯선 서울에서 서로 의지하면서 살았다. 낮에는 공부하고 밤에는 공장에서 일하는 고된 생활이었다. 그러다 6·25가 터졌다. 북한군이 서울을 점령했을 때도 세 남매는 용산구 문배동의 집을 떠나지 않았다.

1950년 7월 16일 김씨가 이웃집에 갔을 때 마을에 폭탄 수십발이 떨어졌다. 김씨는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었다. 어딘지도 모를 병원에서 20일쯤 치료를 받은 김씨는 "말도 없이 집을 떠나 형한테 혼나겠네"라고 생각하며 서둘러 집을 찾아갔다.

그러나 집이 있던 자리에 남은 것은 주저앉은 지붕과 부서진 벽뿐이었다. 동네 사람이 "누군가 이 동네에서 시신 30구를 수습해 어디론가 옮겼다"고 말했지만, 김씨는 형과 누나가 살아있을 거란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김씨는 형과 누나의 장례를 끝내 치르지 않았다.

어딘가 살아있을 거란 생각에 묘도 쓰지 않았다. 그렇게 60년이 흐른 지난해. 김씨는 특별한 결심을 했다. 생활비를 아껴 모아두었던 돈을 형과 함께 꿈을 키웠던 학교에 기부하기로 결심했다. 형과 누나의 기일(忌日)로 생각하는 7월 16일을 택해 형과 함께 다녔던 성남중·고교 동창회에 3000만원을 장학금으로 냈다.

김씨는 동창회에 "절대로 소문내지 말아달라"고 신신당부를 했고 아무도 이런 사연을 몰랐다. 동창회는 김씨가 "올해도 힘 닿는 대로 장학금을 기부하겠다"고 연락해 오자 "이제는 김씨의 뜻을 알려야 한다"며 학교에 김씨의 존재를 알렸다.

학교는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 동창회와 협의해 오는 7월에 김씨에게 감사패를 전달할 예정이다. 김씨는 "하늘에서 형과 누나를 다시 만나면 '조금 오래 걸렸지만 내가 돌아왔어'라고 말해주려고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