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의 삶 흐르던 그 시절의 창덕궁

발 받침이 있는 나무 좌대와 청동으로 만든 움푹한 용기. 특이한 형태의 이 물건 이름은 '매화틀'이다. 조선시대 왕의 이동식 용변기다. 왕의 용변은 '매화'라 불렀다. 이렇게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구중궁궐의 내밀한 생활 도구들이 일반에게 공개된다.

국립고궁박물관(관장 정종수)이 28일 개막한 '창덕궁, 아름다운 덕을 펼치다' 특별전이다. 문화재청 50주년을 맞아 열리는 이 전시에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창덕궁의 역사와 공간 배치 특성, 영역별·전각별 특징을 살펴볼 수 있는 대표 유물 100여점과 함께 건물 내부 사진과 영상 자료를 선보인다.

창덕궁과 창경궁을 조감도 형식으로 그린 '동궐도'(국보 249호)를 비롯해 '궁궐지'나 '창덕궁수리도감의궤' 등 창덕궁의 건축 역사를 담은 문헌, 창덕궁에서 열렸던 잔치나 행사 모습을 담은 그림들을 볼 수 있다.

특히 영조가 희정당에서 인사 행정을 하던 모습을 그린 '갑인춘친정도(甲寅春親政圖)'는 1917년 창덕궁 화재 이전의 희정당 모습을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다. 중희당(세자궁)을 비롯해 지금은 사라진 전각의 현판들과 창덕궁 석조물에서 보이는 각종 문양 탁본도 볼 수 있다.

창덕궁에서 사용된 생활 도구로는 매화틀 외에도 궁중 수라간에서 사용한 은으로 만든 솥, 접는 의자 등이 실물로는 처음 공개됐다. 특별전 개최에 맞춰 다음 달 14일과 8월 11일 오후 2시에는 박물관 강당에서 특별 강연이 열린다. 전시는 8월 28일까지. (02)3701-763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