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로 엄마 알리고… 새롭게 해석한 '엄마' 만나다

'Please Look After Mom'(번역 김지영)으로 한국문학 신드롬을 일으킨 작가 신경숙이 미국 7개 도시와 유럽 8개국 북(Book)투어를 마치고 뉴욕의 책상으로 돌아왔다. '엄마를 부탁해'가 거둔 문학적 성취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릴 수 있겠지만, 미국과 유럽 출판 시장에서 거둔 이 작가의 성과는 한마디로 한국 작가로서는 전인미답(前人未踏). 그의 복귀를 환영한다는 듯 세계 최대의 인터넷서점 아마존은 28일 이 책을 '2011 상반기 최고의 책 톱 10' 중 하나로 선정했다. 긴 여행을 마친 소회를 물었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폴란드 바르샤바까지 8개국 일정을 막 마쳤다. 가장 기억나는 순간은.

"노르웨이. 내 작품을 번역했을 뿐 아니라 통역자로 나온 분이 한국에서 다섯살 때 노르웨이로 입양되어간 분이다. 입양된 분의 한국어에 의지해서 내 작품을 이야기하려니 마음이 참 짠했다. 더구나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그분은 담담했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지만 한국의 엄마는 낳아준 분이고 노르웨이의 엄마가 내 책에 나오는 '엄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나라마다 3박4일 여정이어서 좀 익숙해질 만하면 헤어지기를 8번 반복하다 보니 이제 작별하는 데 자신이 생겼다(웃음). '엄마'라는 한국말을 알려주었고 나는 대신 그 나라의 '엄마'와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배웠다. 그라시아스, 오브리가다, 그라찌에, 툰스탁, 메르시보꾸, 지엔꾸에…."

―문학적 평가 중 기억나는 순간은.

"영국에서 인도 출신 작가와 낭독회를 가졌는데, 그 작가가 '엄마를 부탁해'를 풀어가는 소설의 형식에 대해 진지하게 물어봤다. 화자(話者)를 달리하고, 그들을 모두 2인칭 3인칭으로 말하게 하는 방식은 자기도 그렇게 해보고 싶어서 시도한 적이 있었다고 했다. 또 나라마다 이 소설을 수용하는 방식에 약간씩 차이가 있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포르투갈에서는 '전통과 현대를 만나게 해주려는 소설'로 받아들였다. 스페인에서는 이 소설 속의 가족이 상실한 '엄마'는 그들만의 엄마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엄마'라고 표현해서 놀랐다. 솔직히 말하자면 우리 독자들은 배경이 익숙해서인지 소설을 확장시키지 않지만 외국에서는 낯설어서인지 의미를 더 깊이 두는 것 같았다. 뉴욕타임스에 실린 리뷰 가운데 '처음엔 명령처럼 시작되지만 나중에 기도로 바뀌게 하는 작품'이라는 평이 무척 마음에 와 닿았다."

―일전에 한 미국 교수의 '크리넥스 소설'이라는 표현은 어떻게 생각하나. 그리고 '엄마를 부탁해'가 거둔 문학적 성취보다 과도한 평가를 받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시간이 흐르면 앙금은 가라앉고 강물은 계속 흐르기 마련이라고 생각한다." (이 질문에 작가는 말을 아꼈다. 하지만 언젠가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진정 애정을 가지고 하는 비판은 작가의 마음을 움직여서 자신의 작품을 돌이켜보게 만들고 그 지점에서 새 작품을 쓰게 한다. 들을 땐 아프지만 결국 작가를 일깨우는 그런 비평이 있다." 물론 '크리넥스 소설'도 그런 비평에 포함되는지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한국문학에 내리는 첫눈"이라는 작가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미국과 유럽에서의 경험을 통해 한국문학의 세계진출에 대해 도움말을 한다면.

"나는 내가 쓰고 싶은 작품을 쓰는 작가일 뿐이다. 가능한 한 이미 쓴 작품이 아니라 항상 새로 쓴 작품이 대표작이기를 바라는 욕망은 있다. 그렇게 쓰인 작품이 공감을 이루는 것은 작가로서 기쁨이다. 그러나 그로 인해 발생하는 다른 일들은 내겐 차후에 생긴 부수적인 일일 뿐. 내가 할 수 있는 충고나 조언 같은 건 없다. 다만 번역원이나 대산재단에서 지난 십여년 동안 꾸준히 벌여왔던 번역을 위한 일들이 지금 하나씩 둘씩 성과를 나타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자주 받았다. 영국 같은 큰 나라에 여태 한국문학이 번역된 적이 없고 '엄마를 부탁해'가 처음이라고 해서 솔직히 좀 놀랐다."

―앞으로 계획은.

"내년 2월에 '엄마를 부탁해'가 페이퍼백으로 출간되는 문제로 7월에 몇 번의 미팅이 잡혀 있다. 7월 1일에 이스라엘에서 이 책이 히브리어로 나온다. 그 일로 예루살렘에 다녀올 예정이다. 솔직히 감자알처럼 자꾸 생기는 일정들이 벅차지만 할 수 있는 한 정성껏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어쨌든 8월 하순에 서울의 내 책상으로 돌아간다. 내 자리는 결국 그곳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