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LG배 세계기왕전] 개막 祝砲

〈제1보〉(1~17)=우리말로는 '깜짝 선물'쯤 될까. 승부 세계에도 '서프라이즈(surprise)'가 존재한다. 절대 열세 예상을 보란 듯 뒤집고 이겨내는 것만큼 팬들에게 짜릿한 선물은 없다. 승자 자신의 기쁨은 말할 필요도 없다. 6월 13일 경기도 광주(廣州) 소재 곤지암리조트. 제16회 LG배 본선 돌입에 맞춰 개막 축하 '깜짝 선물세트'가 여러 판 나왔다. 그중 대표적인 '서프라이즈'를 음미하면서 올해 본선의 문을 열어젖힌다.

상단자인 천야오예(陳耀燁)가 쥔 백돌이 홀수임을 맞힌 박승화가 백을 선택했다. 5의 목(目)자 굳힘은 최근의 유행상품. 또 8로 헤딩하는 수는 기성(棋聖) 우칭위안(吳淸源)의 불멸의 창작품이다. 두점머리를 스스로 얻어맞는다 해서 절대 금기시되던 수가 유력한 수단으로 정착한 지도 반세기에 가까워 온다.

15는 참고도 1로 여유 있게 걸쳐가는 바둑이 보통. 그 경우 7까지 낯익은 진행으로 이어지곤 한다. 15에 17분, 16을 기다려 노 타임으로 17에 뛰어들었다. 흑이 초반 구상 보따리를 펼쳐보이면서 판의 골격도 형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우하귀에 시커먼 전운(戰雲)이 드리웠다. 대국자들의 호흡도 조금씩 거칠어져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