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 내 인생] 사회학자에서 개신교 목사 된 박영신(73) 전 연세대 교수

30여년간 내 이름 뒤에 붙은 직함은 '교수'요, '사회학자'였다. 대학이라는 지식공동체 안에서 후학들을 위해 내 미천한 지식을 함께 나누려 열(熱)과 성(誠)을 다했다. 그 탓에 완고하고 조금의 빈틈도 허락하지 않는 호랑이 선생님으로 나를 기억하는 제자도 많이 있으리란 걸 안다. 이름과 번호가 적힌 자리표를 붙이고 학생들에게 수시로 질문을 해댔고 강의실엔 언제나 긴장감이 팽팽했다. 나의 혹독한 조련은 학문하는 대학을, 토론할 줄 아는 시민을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학교 교단(敎壇)에 젊은 날을 헌납한 나는 9년 전부터 또 다른 교단에서 봉사하고 있다. 근래 내게 새로 붙은 타이틀은 목사다. 나는 '예람교회'라는 자그맣고 특이한 교회를 꾸리고 있다. 조직도 작고 건물도 없는, 일종의 대안 교회다. 2000년대 초 기성 교회를 다니다 회의를 느낀 뜻 맞는 교인 몇몇과 목회를 하게 됐는데 그때 합의한 것이 건물을 소유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일요일 오후 서울 서초동에 있는 대한성서공회 건물 한쪽을 빌려 예배를 본다. 형식적인 십일조도 없앴다. 다만 월세를 낼 정도의 금액만 십시일반으로 모은다. 설교 방식도 다르다. 한 명의 목사가 일방적으로 설교하는 게 아니라 목사 몇 명이 돌아가면서 주도가 돼 성경 공부를 하고 자유롭게 인생을 나눈다. 학력과 나이도 천차만별이다. 우리 앞에 놓인 사회의 갖가지 칸막이를 허물고 하나가 된다. 내게 교회는 사회학자로서 사회에 참여하는 또 다른 방식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