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전문의 7명… 전국서 찾아오는 시골병원

농지와 주택·상가가 드문드문 펼쳐져 있는 경북 안동시의 낙동강 상류 지역에 20층짜리 웅장한 건물이 우뚝 솟아 있다. 1000병상 규모의 안동병원(이사장 강보영). 안동시 인구 16만8000여명에 비하면 '매머드급'이지만 병실은 만원 상태였다. 경북 일대는 물론 강원·충북 지역에서도 환자들이 몰려오기 때문이다. 이 병원은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2010년 전국 권역응급의료센터 평가'에서 서울대·부산대·전남대병원 등 대형 병원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지난 1일 오전 응급센터로 숨이 가쁜 환자가 들어서자 즉시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그를 맞았다. 이곳에선 7명의 전문의가 상주하면서 환자가 오는 대로 즉시 진료에 나선다. 상당수 응급센터에서는 인턴·레지던트 등이 처음 환자를 보고 이후에 교수급 의료진의 판단을 기다리느라 진료가 지체되는 경우가 빈번하지만, 안동병원에서는 치료방침 결정이 신속히 이뤄진다. 지난해 뇌졸중 의심 증세로 응급센터를 찾은 환자가 CT(컴퓨터단층촬영)나 MRI(자기공명영상) 검사를 받는 데 걸린 시간은 약 9.5분이었다. 야간에 소아과·외과 전문의 등이 '응급 콜'을 받고 병원에 나오는 시간도 10~15분 이내다.

뇌졸중·심장병·중증외상 등 3대 초(超)응급 환자들이 진단을 받고 입원이 결정된 시간은 평균 56분. 다른 응급센터는 대개 두 시간 안팎이다. 심장 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동맥경화로 막혀서 생기는 심근경색증 환자에게 적정 시간 내에 관상동맥을 다시 뚫는 시술이 가해진 비율은 100%였다. 이런 진료 성과로 안동병원은 17개 응급의료 평가지표 중 16개에서 만점을 받았다.

이 병원은 ▲뇌혈관질환 ▲심장혈관질환 ▲소화기질환 등을 빠르게 진단·치료하기 위한 통합센터(인터벤션)를 갖췄다. 전국 병원에서 유일하다. 응급진료시스템을 구축하는 권영주 팀장은 "경험 많은 의사와 간호사를 응급센터에 대거 투입하고, 대학교수급 의료진을 영입해 '신속 결정 → 즉시 후속 치료'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침 8시 30분, 환자를 맞이할 시간이 되자 병원 전체 의료진이 로비와 각 병동 복도에 나와 두 줄로 길게 정렬했다. 병원을 믿고 찾아줘서 감사하다는 의미로 "고맙습니다"를 복창하는 '환자 맞이'를 아침마다 볼 수 있다. 일본에서 친절 서비스로 유명한 'MK택시'의 경영기법을 1990년대 초반부터 병원에 도입해 '환자 맞이' 시간을 갖고 있다. 직원은 일 년에 160시간 친절 서비스 등의 각종 교육을 받는다.

병원은 퇴원한 환자들에게도 일일이 전화를 걸어 입원 기간 중 불편한 점이 없었는지를 조사한다. 환자들은 입원 기간에는 불만이 있어도 행여 불이익을 받을까 봐 제대로 말을 하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죽음을 맞은 환자들을 기리기 위해서 매년 유가족과 함께 합동 추도제도 갖는다. 건강검진과 안동 하회마을 관광·골프 투어를 묶는 의료관광 사업을 위해 병원 17층에 20여개의 특급호텔급 객실을 갖추었다. 연간 1000여명의 병원 관계자가 안동병원의 특화된 진료 체계를 견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