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K3'에 서울서만 이틀간 8만명… 오디션에 홀린 나라

8만여명. 케이블 TV 엠넷의 가수 발굴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의 세 번째 시즌(슈퍼스타K3) 2차 예선 서울지역 심사를 보기 위해 2일과 3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 몰려든 사람들 숫자다. 이 8만여명도 전화 ARS와 동영상(UCC) 예심을 통해 10대1이 넘는 경쟁률을 뚫은 사람들이다.

이틀 동안 주변 올림픽대로는 주말인데도 아침 일찍부터 평일 출근시간처럼 밀렸다. 오디션은 이틀 모두 오전부터 밤늦게까지 27개 부스에서 진행됐다. 대부분의 참가자가 체육관 안에서 몇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2009년 방송 첫해 슈퍼스타K의 오디션 참가인원은 전국적으로 71만명이었다. 작년에는 134만명으로 늘더니 올해는 193만명이다. 국내 인구의 4%, 서울 인구의 5분의 1에 육박하는 사람들이 '나도 가수가 되겠다'며 이 오디션에 응한 셈이다.

'슈스케'말고도 현재 공중파와 케이블 TV에서 방송되는 오디션 프로그램만 10개나 된다. 상당수는 이른바 '시즌제'방식으로 전년도와 거의 똑같은 포맷을 되풀이한다. 이 가운데 어느 오디션 프로그램도 참가자를 구하지 못해 고민하는 경우는 없다. 말 그대로 '오디션에 홀린 대한민국'이다.

'슈스케3' 예선의 경우 참가자들은 나이를 가리지 않았다. 아버지와 함께 온 초등학교 5학년 윤모(11)양은 내일 치를 기말시험 공부를 하며 차례를 기다렸다. 강모(18)양은 "수능 공부를 해야 할 시기지만 이번 오디션은 내 진로를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자리"라며 "부모님께는 아직 오디션 참가 사실을 말씀 못 드렸다"고 했다. 실용음악학원에서 취미로 악기를 배운 60대 노인 4명은 학원강사 등과 함께 그룹을 결성했다. 보컬 이모(여·64)씨는 "목표는 당연히 1등"이라고 했다.

응시자들 가운데 일부는 다른 방송사의 비슷한 오디션 프로인 '코리아 갓 탤런트(tvN)'나 '위대한 탄생(MBC)'에도 참가하겠다고 했다. 직장인 A(29)씨는 "오디션에 실패해도 도전해야 후회하지 않을 것 같다"며 "올해 예정된 오디션에 모두 응할 것"이라고 했다. 10대와 20대 참가자 중에서는 이미 다른 방송사와 연예기획사의 오디션에 여러 차례 응모했다가 탈락한 사람도 적지 않았다.

방송사측은 이날 "오디션 열기를 악용한 범죄 시도가 발견되고 있다"며 참가자들의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방송사측에 따르면 부산 예선 현장에선 매니저를 사칭한 사람이 유명 매니저의 홈페이지와 연락번호를 도용한 명함을 뿌려가며 오디션 참가자에게 접근, "유명 연예인으로 키워주겠다"며 돈을 요구해 가로챘다. 대구 오디션 때는 한 여성 참가자가 "유명 걸그룹을 발굴한 기획사 간부라는 사람이 '특별한 오디션'을 요구했다"며 방송사측에 신고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날 체육관에는 매니저의 접근에 절대 응하지 말라는 경고 포스터가 곳곳에 나붙었다.

경기대 언론미디어과 송종길 교수는 "몇몇 선발 프로들이 인기를 얻자 방송사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오디션 프로에 뛰어들면서 재능 있는 신인 발굴, 건전한 대중문화 확산 등의 본질마저 훼손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프로그램들은 유행이 끝나면 썰물처럼 폐지될 텐데 그때 부작용은 누가 어떻게 치유할지 걱정스럽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