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LG배 세계기왕전] 웅크림

〈제4보〉(48~56)=천야오예의 어린 시절 승리욕을 말해주는 '전설'은 꽤 많다. 가족들에 의하면 그는 네 살 때부터 각종 보드게임에 집착했는데, 지면 밥을 먹지 않고 이길 때까지 매달렸다고 한다. 이듬해 바둑을 처음 접한 뒤에도 자기보다 강한 상대를 쫓아다녔고 그를 꺾어야 놓아주었다. 천야오예가 밥도 빨리 먹고 옷도 빨리 입는 것은 어린 시절 어머니와 이런 것들을 놓고 '내기'를 한 습관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48로는 참고1도 1로 뛰어 흑의 삶을 먼저 추궁하고 싶지만 과욕. 2 이하 6까지의 수단이 있어 한순간에 백이 궤멸한다. 49는 두터운 수인 동시에 당연한 보강이었다. 급한 마음에 참고2도 1로 포위하면 백에게 2, 4로 돌려치는 역습을 당한다. 12까지 백은 산 반면 흑의 외곽은 허점이 많아 택할 수 없는 수순이다(7…2).

흑이 49로 보강한 마당엔 백도 이제 삶을 서둘러야 한다. 살기 전 55까지의 선수(先手) 행사는 백의 권리. 그런데 백 대마가 안정하는 최선의 자리가 어디인지 좀 아리송하다. 봉쇄를 피하려면 '가' 자리. 그러나 박승화의 손이 간 곳은 56의 꼬부림이었다. 밖으로의 탈출 대신 묘한 자세로 웅크린 깊은 뜻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