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상위 5개社) 전시판매장 61%가 강남 3구에 몰려

서울 강남구 신사동 도산사거리는 '수입차 거리'다. 사거리 일대에 깨끗이 단장된 수입차 전시장만 10여개에 달한다. 사거리에서 학동사거리 쪽 모퉁이에 BMW 전시장이 있고, 길만 하나 건너면 신사역 쪽 방면 모퉁이에 메르세데스 벤츠 전시장이 나온다. 건너편으로는 인피니티 전시장이 보이고, 벤츠 매장에서 신사역 쪽으로 가다 보면 포드와 폴크스바겐, 페라리 전시장이 차례로 나온다. 10여개 수입차 전시장이 반경 1㎞ 이내 지역 안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이다.

반면 서울시내 25개 구 가운데 노원·중랑·금천구 등 15개 구는 올해 수입차 판매량 상위 5개 업체의 전시장이 단 1개도 없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경쟁자가 없는 곳에 들어가야 사업영역을 확보하기가 쉽다. 하지만 수입차 시장에는 통하지 않는 모양이다. 수입차 업체들은 경쟁이 없는 '블루오션' 시장을 외면하고,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한 특정 지역으로만 몰려들까.

◆수입차 전시장이 강남에 모이는 이유는

올 1~5월 기준으로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는 BMW(미니 포함)·메르세데스 벤츠·폴크스바겐·아우디·도요타(렉서스 포함) 등 5개 업체가 75%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들 5개 수입차 업체는 서울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3구에만 무려 27개의 전시장을 운영하고 있다.

강남3구는 지난해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재산세 부과 1~3위를 차지한 곳이다. 수입차 업체들은 '부자'가 많이 모여 있고 활동하는 지역인 강남에 전시장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한다. 수입차업체 한 관계자는 "아무리 저변이 넓어졌어도 수입차의 주고객은 부유층"이라며 "고객과 가까운 곳으로 간다는 건 대원칙"이라고 말했다.

또 2000년대 초반부터 수입차 업체들이 강남에 하나 둘 자리를 잡으면서 일종의 '시너지 효과'가 생긴 것도 수입차 업체들이 강남 지역을 선호하는 이유다. 강남에서 여러 전시장을 다니며 다양한 수입차를 보기 위해 서울·경기 지역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고객들이 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BMW 강남지점의 오동찬 과장은 "수입차는 제대로 사려면 강남까지 와서 사야 한다고 말하는 고객들이 실제 많다"고 말했다.

전시장이 집중되다 보니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하지만, 딜러들끼리 협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 전시장을 찾은 손님이 다른 업체의 제품을 사고 싶어하면 특정 딜러를 소개해주고, 그 딜러와 판매 수당을 나눠 가진다는 것이다. 소개를 받는 딜러는 판매실적이 생겨 때문에 서로 이득이 되는 구조다.

◆강북지역에는 전시장 고작 9개

강남3구를 제외하면 양천구에도 전시장 5개가 집중돼 있었다. 목동 일대는 강남이나 부천, 광명 등으로 출퇴근하는 의사 등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들과 비교적 젊은 중산층이 많아 수입차 업체들 입장에서는 최근 '뜨는' 시장이다. 벤츠코리아가 지난달 27일 양천구 신정동에 목동 전시장을 새로 열었고, 렉서스도 지난 1월 목동과 가까운 강서구 등촌동에 전시장을 냈다.

강북지역에는 5개 업체의 전시장이 9개에 불과했고, 그나마 6개가 용산에 집중됐다. 용산은 최근 수입차 업체들이 주목하는 요충지로, 최근 몇 년 새 주상복합 아파트들이 잇따라 들어서고 재개발 계획이 나오면서 투자 목적 등으로 거주하기 시작한 '젊은 부자'가 많다. 또 지리적으로도 다른 강북 지역 고객도 함께 관리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한다.

용산구 외에는 BMW가 동대문구와 강북구에, 도요타가 동대문구에 전시장을 둔 것 외에는 5개 수입차 업체의 전시장이 아예 없었다. 수입차 업계 한 관계자도 "각 업체가 경쟁업체를 피하는 것보다 수입차를 살 만한 고객에 가까이 가는 것이 더 우선이라고 판단한 결과"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