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중의 생로병사] 자동차와 사람 몸의 공통점
입력 : 2011.07.04 23:10
인간유전자 99.9% 같지만 0.1%가 개인차이 만들어
급제동·급출발·과속이 자동차 고장 일으키듯
과식·과음·운동부족은 질병발생 가능성 높여
유전정보는 좋은 생활습관 가지라는 메시지
같은 암(癌)을 앓는 환자들에게 동일한 항암제를 썼는데도 누구는 잘 낫고, 어떤 이는 약발이 전혀 듣지 않는다. 항암 치료가 잘 된 쪽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그렇지 않은 편은 불행한 운명으로 기우는 처지가 된다.
'들쭉날쭉 현상'은 항암제에만 있는 게 아니다. 혈당이나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리는 경우 등 대부분의 약물치료에서 다 나온다. 물론 임상시험을 통해 검증된 약들은 개인 편차를 뛰어넘는 약효가 입증됐기에 시판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확률적으로 그렇다는 얘기지 모두에게 해당한다는 뜻은 아니다. 예를 들어 어떤 약이 80%에서 치료 효과를 보인다고 했을 때, 나머지 20%에 속한 환자에게는 그 약이 효과가 없다. 그들에게 치료 효과는 '0.8'이 아니라 '제로'가 된다.
지금까지는 이런 차이를 체질 탓으로 돌렸다. 하지만 이제 팔자소관의 '주범(主犯)'이 유전자라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질병을 키우고, 약효를 줄이는 차이가 개인 고유의 유전자 차이라는 것이다.
지난 2000년 인간 유전자 지도를 만드는 게놈(genome·유전체·유전정보가 모여 있는 곳의 단위) 프로젝트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며 완성됐다. 신(神)이 감춰놨던 인간 유전자 지도를 찾아냈으나, 이는 유전코드 A·C·G·T 30억개를 나열한 난수표에 불과했다. 보물을 어디에 숨겨놨는지를 표시한 보물지도는 아니었다. 컴퓨터를 작동시키는 프로그램 같은 유전자가 인간에게 2만여개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뿐이다.
게놈 프로젝트는 우리 피부에 와 닿지도 않았다. 3조원을 들여 10년에 걸쳐 겨우 보편적 지도를 만들었을 뿐이었기 때문이다. 우주선이 달나라에 갔다고는 하나, 그게 곧 내가 달나라에 간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이후 개별 유전자 기능이 속속 밝혀지기 시작했다. 유전 코드에 어떤 결함이 있으면 무슨 질병의 발생 위험이 커진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그 수는 급속히 늘었다. 개인의 유전 코드를 전부 읽어내는 속도도 빨라지고 비용은 대폭 줄어들었다. 2007년 100만달러에 두 달, 2009년에는 1만달러에 수 주, 이제는 수천달러에 며칠이면 가능해졌다. 달나라에서 뉴욕 여행쯤으로 내려온 격이다. 이제 곧 1000달러만 내면 수 시간 안에 개인 유전 코드를 전부 알려주는 상용 서비스가 시작될 전망이다. 제주도 여행 정도가 되는 셈이다.
'들쭉날쭉 현상'은 항암제에만 있는 게 아니다. 혈당이나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리는 경우 등 대부분의 약물치료에서 다 나온다. 물론 임상시험을 통해 검증된 약들은 개인 편차를 뛰어넘는 약효가 입증됐기에 시판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확률적으로 그렇다는 얘기지 모두에게 해당한다는 뜻은 아니다. 예를 들어 어떤 약이 80%에서 치료 효과를 보인다고 했을 때, 나머지 20%에 속한 환자에게는 그 약이 효과가 없다. 그들에게 치료 효과는 '0.8'이 아니라 '제로'가 된다.
지금까지는 이런 차이를 체질 탓으로 돌렸다. 하지만 이제 팔자소관의 '주범(主犯)'이 유전자라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질병을 키우고, 약효를 줄이는 차이가 개인 고유의 유전자 차이라는 것이다.
지난 2000년 인간 유전자 지도를 만드는 게놈(genome·유전체·유전정보가 모여 있는 곳의 단위) 프로젝트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며 완성됐다. 신(神)이 감춰놨던 인간 유전자 지도를 찾아냈으나, 이는 유전코드 A·C·G·T 30억개를 나열한 난수표에 불과했다. 보물을 어디에 숨겨놨는지를 표시한 보물지도는 아니었다. 컴퓨터를 작동시키는 프로그램 같은 유전자가 인간에게 2만여개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뿐이다.
게놈 프로젝트는 우리 피부에 와 닿지도 않았다. 3조원을 들여 10년에 걸쳐 겨우 보편적 지도를 만들었을 뿐이었기 때문이다. 우주선이 달나라에 갔다고는 하나, 그게 곧 내가 달나라에 간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이후 개별 유전자 기능이 속속 밝혀지기 시작했다. 유전 코드에 어떤 결함이 있으면 무슨 질병의 발생 위험이 커진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그 수는 급속히 늘었다. 개인의 유전 코드를 전부 읽어내는 속도도 빨라지고 비용은 대폭 줄어들었다. 2007년 100만달러에 두 달, 2009년에는 1만달러에 수 주, 이제는 수천달러에 며칠이면 가능해졌다. 달나라에서 뉴욕 여행쯤으로 내려온 격이다. 이제 곧 1000달러만 내면 수 시간 안에 개인 유전 코드를 전부 알려주는 상용 서비스가 시작될 전망이다. 제주도 여행 정도가 되는 셈이다.
이미 유전 코드 분석에 근거해 상당수의 질병 위험도를 알려주는 서비스가 시작되고 있다. 구글(google)의 자회사인 '23앤드미'는 할리우드 스타 등 유명인을 모아 놓고 '침 뱉기 파티'를 벌이기도 한다. 침을 뱉으면 그 속의 유전자 정보를 분석해 질병 발생 위험도를 알려주겠다는 것이다. '23'은 인간 유전 코드가 담긴 염색체의 수이다.
앞으로 우리는 개인의 유전 코드에 따라 치료 방법이나 건강관리 체계가 달라지는 시대에 살게 될 것이다. 흡연에 취약한 '빨간 등급'의 유전 코드를 보고 담배를 당장 끊거나, 당뇨병 발생 확률 ○○%의 위험도를 보고 헬스클럽에 달려가고, 진득한 피부 분비물을 내는 유전자 특성을 보고 화장품을 바꿀 것이다. 배우자를 고를 때도 '유전자 궁합'을 볼지 모른다. 약물치료 전에 약효를 미리 점치는 것은 기본이 된다.
인간의 유전 코드는 99.9%가 같다. 인간은 모두 기본적인 제조 매뉴얼로 태어나지만 0.1%의 다름이 개인 고유의 차이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흔히 인간의 몸은 자동차에 비유된다. 모델이나 연식(年式)이 같은 자동차는 겉으로 보기에 똑같다. 하지만 정밀하게 동일한 품질로 태어나지는 않는다. 조립 과정에서 사소한 오류로 불량 나사 하나가 들어갈 수도 있고, 길이가 미세하게 차이 나는 부품이 들어갈 수도 있다. 이런 결함은 평소에는 자동차 운행에 별 영향을 주지 않지만, 운전자가 급출발·급제동 등 나쁜 운전습관을 갖고 있고, 과속을 자주 해대고, 험한 길로만 차를 몰고 다니며, 무리한 장거리 운행을 지속할 때 결국 문제를 일으킬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심장 관리 유전 코드 프로그램에 특정 글자가 잘못 찍힐 수도 있고, 어떤 숫자는 삭제되어 있기도 할 것이다. 그렇다고 그 사람에게 심장병이 반드시 생긴다는 의미는 아니다. 엔진 관리를 잘못하면 자동차에 문제가 생기듯 과식과 과음, 운동 부족 등 잘못된 생활 습관을 지속할 때 심장병 발생 확률이 높아지고, 이른 나이에 생긴다는 뜻이다.
일기예보를 통해 내일 비가 올 확률을 미리 알고 지내듯, 유전 코드 정보의 일상화는 우리의 삶을 좀 더 예측 가능한 것으로 바꿔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유전자 정보는 건강 관리에 요행수는 없다는 메시지이다. 질병 발생에 미리 대비하고, 좋은 생활 습관을 가지라는 경고이기도 하다. 인간의 의지까지 죄다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면 말이다.
앞으로 우리는 개인의 유전 코드에 따라 치료 방법이나 건강관리 체계가 달라지는 시대에 살게 될 것이다. 흡연에 취약한 '빨간 등급'의 유전 코드를 보고 담배를 당장 끊거나, 당뇨병 발생 확률 ○○%의 위험도를 보고 헬스클럽에 달려가고, 진득한 피부 분비물을 내는 유전자 특성을 보고 화장품을 바꿀 것이다. 배우자를 고를 때도 '유전자 궁합'을 볼지 모른다. 약물치료 전에 약효를 미리 점치는 것은 기본이 된다.
인간의 유전 코드는 99.9%가 같다. 인간은 모두 기본적인 제조 매뉴얼로 태어나지만 0.1%의 다름이 개인 고유의 차이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흔히 인간의 몸은 자동차에 비유된다. 모델이나 연식(年式)이 같은 자동차는 겉으로 보기에 똑같다. 하지만 정밀하게 동일한 품질로 태어나지는 않는다. 조립 과정에서 사소한 오류로 불량 나사 하나가 들어갈 수도 있고, 길이가 미세하게 차이 나는 부품이 들어갈 수도 있다. 이런 결함은 평소에는 자동차 운행에 별 영향을 주지 않지만, 운전자가 급출발·급제동 등 나쁜 운전습관을 갖고 있고, 과속을 자주 해대고, 험한 길로만 차를 몰고 다니며, 무리한 장거리 운행을 지속할 때 결국 문제를 일으킬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심장 관리 유전 코드 프로그램에 특정 글자가 잘못 찍힐 수도 있고, 어떤 숫자는 삭제되어 있기도 할 것이다. 그렇다고 그 사람에게 심장병이 반드시 생긴다는 의미는 아니다. 엔진 관리를 잘못하면 자동차에 문제가 생기듯 과식과 과음, 운동 부족 등 잘못된 생활 습관을 지속할 때 심장병 발생 확률이 높아지고, 이른 나이에 생긴다는 뜻이다.
일기예보를 통해 내일 비가 올 확률을 미리 알고 지내듯, 유전 코드 정보의 일상화는 우리의 삶을 좀 더 예측 가능한 것으로 바꿔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유전자 정보는 건강 관리에 요행수는 없다는 메시지이다. 질병 발생에 미리 대비하고, 좋은 생활 습관을 가지라는 경고이기도 하다. 인간의 의지까지 죄다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