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에게] '100세 시대'가 축복이 되기 위한 사회투자

20세기 초만 해도 평균수명은 40세 근처였다. 지금은 80세를 넘어섰고, 이런 추세라면 일반인도 100세 시대를 기대하는 것이 그리 이상하지 않다. 개인 입장에서 장수는 축복받을 일이다. 아니, 진정한 축복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고령화의 영향 중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의료비 부담이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중 81%가 만성질환을 한 가지 이상 갖고 있다. 퇴행성 만성질환은 완치가 어려워 장기간의 의료서비스를 필요로 한다. 다행인 것은 만성질환은 대응 여하에 따라 관리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평상시의 운동과 영양 관리 그리고 금연·절주의 절제된 생활은 그 발생을 늦춘다(1차 예방).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등의 위험요인은 간단한 검사만으로 조기 발견과 초기 관리가 가능하다(2차 예방). 설령 이러한 초기 관리에 실패했더라도 적절한 치료에 따라 질병의 악화와 합병증의 발생을 줄일 수 있다(3차 예방).

'건강한 고령화(healthy ageing)'를 위해서는 개인과 사회가 동시에 노력해야 한다. 일주일에 2번 이상 규칙적인 운동, 짜고 기름진 음식·인스턴트 식품을 피하는 것, 금연·절주의 생활, 정기적인 검진과 의사의 지도에 따르는 것 등은 결국 개개인이 실천할 일이다. 하지만 잘 알면서도 제대로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왜 그럴까? 바로 사회의 집합적인 노력이 충분치 않아서다. 학교가 체육을 귀찮은 과목으로 만든다면, 담뱃값이 용돈으로 충분히 살수 있는 수준이라면, 군 내무반이 흡연·음주를 강요한다면, 직장이 과로하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라면, 퇴근길 전철 광고판에서 미모 여성의 권주가가 흘러나온다면, 또 고지혈증을 관리해줄 의사를 만나기 힘들다면 개인의 실천은 어려워진다. 그래서 건강 실천을 개인에게만 맡겨두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도와주는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 건강에 대한 투자가 '사회 투자'의 성격을 가지는 것이 이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건강 실천 홍보로 운동·등산 인구도 늘고 음주문화도 바뀌고 있다. 아직 부족한 것은 고혈압·고지혈증·당뇨병을 주기적으로 확인, 관리하는 제도다. 개인이 평소 자신의 건강 관련 수치를 알고 기록을 갖고 있도록 하는 것이 국가의 프로젝트가 돼야 한다. 만성질환을 지속 관리하는 시스템을 건강보험제도가 제공해야 한다. 이것이 100세 시대를 재앙이 아닌 축복으로 만드는 첩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