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0원 생수(재래시장 기준 500mL), 편의점 가격은 짠 것처럼 700원

서울 강서구 공항동에 사는 이상호(39)씨는 요즘 장보기가 여간 불편하지 않다. 6월 초 아파트 단지 바로 앞에 있던 수퍼마켓이 문을 닫더니 그 자리에 24시간 편의점이 들어섰기 때문이다. 이씨는 "동네 수퍼에서 사던 파·마늘·상추 등 간단한 부식거리가 편의점엔 없다"며 "파 한 단 사려고 차를 몰고 전통시장이나 대형 마트에 가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이가 먹을 과자 한 봉지, 우유 한 통도 편의점은 24시간 영업을 한다는 이유로 다 값이 올랐다"고 말했다.

동네 수퍼가 사라진 자리에 편의점들이 들어서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편의점은 깔끔한 매장 환경에 24시간 내내 쇼핑이 가능한 장점이 있지만, 유통업체 중 생필품 가격은 가장 비싸기 때문이다. 이름이 다른 편의점들이 파는 상품 가격도 거의 똑같다.

소비자 불만이 높아지던 차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칼을 빼들었다. 보광그룹의 패밀리마트, GS그룹의 GS25, 롯데그룹의 세븐일레븐·바이더웨이(지난해 합병) 등 3대 대형 편의점 업체를 대상으로 전격적으로 가격 담합 조사에 착수한 것이다.

공정위는 지난달 28일과 29일 이틀간 이 업체들의 본사를 예고 없이 방문해 상품 가격 정보가 담긴 서류와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모두 가져갔다. 공정위가 대형 업체를 동시에 찾아가 똑같은 서류와 하드디스크를 회수해간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3대 업체 시장점유율이 86%

맞벌이 주부 이효정(30)씨는 "인터넷에서 1200원에 파는 스타킹을 편의점에서 2400원 받더라"며 "늦은 퇴근길에 어쩔 수 없이 편의점에서 물건을 살 때마다 바가지를 쓰는 기분"이라고 했다. 한국소비자원 티프라이스의 6월 말 가격 정보에 따르면 '아이시스' 생수(500mL)는 대형 마트와 전통시장에선 300~400원대에 팔리지만, 편의점에선 700원을 받는다. 1000~1100원이 보통인 '처음처럼' 소주 1병도 일부 편의점에선 1450원이다.

GS25 서일호 과장은 "목이 좋은 상권에서 24시간 운영하기 때문에 매장 유지·관리비가 많이 들 수밖에 없다"며 "편의점은 태생적으로 가격 경쟁력보다는 고객 편의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편의점들이 가격 담합을 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동네에 편의점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도 상품 가격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똑같기 때문이다. 직장인 송민석(36)씨는 "회사 앞에 편의점 세 군데가 있는데 어디를 가나 삼각김밥은 700원, 바나나맛 우유는 1100원이다. 가격이 오를 때도 똑같이 오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농심 새우깡(90g)은 4월 말까지 훼미리마트, GS25, 세븐일레븐 등 주요 편의점에서 800원에 팔다가 5월 들어 일제히 900원으로 값을 올렸다. 비슷한 시기에 아이스크림과 빙과류 가격도 편의점에서 일괄적으로 200~300원이 올랐다.

편의점 업계는 대표적인 독과점 시장 중 하나다. 훼미리마트와 GS25, 세븐일레븐·바이더웨이 등 상위 3개 업체가 차지하는 시장점유율은 86.4%에 달한다.

편의점 가맹점주 역시 피해자라는 의견도 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비싼 가격 때문에 소비자에게 외면당하고 매장 관리비, 아르바이트생 인건비 등에 허덕이는 편의점 주인이 적지 않다"며 "본사에 이익의 30%를 떼준 뒤 한 달에 100만~200만원을 겨우 챙긴다는 점주가 절반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