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LG배 세계기왕전] 난전 前夜

〈제5보〉(56~68)=박승화의 출신지는 울산(蔚山)이다. 한국기원 양재호 사무총장 이후 이곳서 배출된 첫 기사로 알려져 있다. 몇 년 전 한국바둑리그에 참여했던 '울산 디아채' 팀에 지명돼 프랜차이즈 스타로 출전하기도 했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본격적으로 바둑을 배우러 서울로 올라왔다. 차분하면서도 두터운 기풍. 통합예선서 선배 안조영과 중국 중견기사 쑨텅위(孫騰宇)를 꺾는 등 5연승하고 본선에 상륙했다.

56은 인내의 한 수. 당연히 참고1도 1로 나가야 할 것 같지만 흑2 때 모양이 허물어진다. 흑에게 A를 당하면 B와 C를 맞봐 절단되는 형태다. 64는 백이 선수(先手)로 사는 호착. 64를 생략하면 참고2도 1로 치중당해 잡힌다. 7 이후 D와 E가 맞보기. 65 역시 필수로, 손을 뺄 경우 참고3도 1에 대책이 없다.

우하귀 일대의 기나긴 초반 접전이 일단락됐다. 전체적으로 흑이 기분은 냈지만 크게 득을 본 것은 없어 이제부터의 바둑이란 평. 66과 67로 맞보기 대처(對處)를 한 곳씩 나눠 가진 뒤 68이 사뿐히 놓였다. 팽창하는 흑세를 견제하려는 가벼운 삭감수인데, 여기서 천야오예가 발끈하면서 난전의 소용돌이로 빠져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