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스 위의 인도

"쿵, 쿵, 쿵."

시끄러운 발자국 소리를 내며 거대한 코끼리가 궁전 안으로 들어왔다. 화려하게 치장한 왕, 손수레 가득 과일을 담은 상인 등이 놀란 표정으로 코끼리를 쳐다보지만 코끼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쓰러진 의자를 밟고, 장식 대리석상을 내팽개치며 행진을 계속한다. 옛날 이야기 속 한 장면을 환상적으로 표현한 이 그림의 제목은 '이제 그만!'. 인도 현대 작가 만주나스 카마스(Kamath)의 2010년작이다.

인도 현대작가 17명의 작품 80여점을 볼 수 있는 전시 '자이언트 엘리펀트'가 31일까지 서울 관훈동 공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다.

인도의 전통 세밀화 기법과 현대의 아크릴화 기법을 결합시킨 팔하드 후세인(Hussain)의 작품에서는 가면 같은 표정을 한 인물과 동물들이 유쾌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도시와 농촌과의 관계에 주목해 온 지지 스카리아(Scaria)의 2006년작 '곧 오픈합니다'는 델리 상점의 셔터들을 사진으로 찍어 결합시켜 기하학적 선묘감을 자아낸다.

서구의 미술기법을 받아들이면서도 독특한 전통의 향취를 지니고 있는 현대 인도 미술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드문 기회다. (02) 730-1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