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규모 1000억대가 적당… 너무 작거나 크면 운용 부담

수익을 내기 쉽고 굴리기 좋은 펀드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전문가들은 너무 작아도, 너무 커도 좋지 않다고 말한다.

펀드 설정액이 50억원 미만으로 너무 작으면 매니저에 의해 방치되기 쉽다. 현재 우리나라 펀드매니저 1명이 운용하는 펀드 수는 공모·사모펀드 모두 합쳐 평균 5.5개다. 한 매니저가 수십억원 펀드와 수천억원 규모 펀드를 함께 운용한다면 아무래도 관심은 큰 쪽에만 쏠리게 된다.

한 대형 증권사 펀드매니저는 "5000억원 펀드 편입 종목을 사고 파는 데 집중하다 보면 50억원짜리는 운용 타이밍을 놓치게 될 수도 있다"며 "소규모 펀드라면 좋은 종목을 골라내는 분석 비용 역시 덜 들이게 된다"고 말했다.

반대로 펀드 규모가 지나치게 큰 것도 문제다.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반응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윤창보 GS자산운용 운용본부장은 "펀드 하나가 1조원을 넘어갈 경우 편입 종목 수가 많아지면서 거의 주가지수와 비슷하게 움직이게 된다"며 "너무 많은 종목이 편입되면서 물타기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1000억원대 펀드가 운용하기에 가장 효율적이라는 의견이 많다. 김재칠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 시장 규모로 볼 때 1000억원대 펀드 정도면 운용하기 적당하고, '규모의 경제' 효과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배준영 미래에셋증권 펀드매니저는 "1000억원대 펀드는 배로 치면 모터보트와 초계함의 중간 정도 급으로 시장에 능동적이고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말했다.

그러나 최근 3년간 수익률을 보면 대형 펀드가 가장 좋았다.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기준 국내 주식형 펀드의 최근 3년간 수익률은 1조원 이상 펀드가 42%로 가장 높았다. 반면 50억원 미만의 자투리 펀드 수익률은 27.1%로 가장 낮았다. 50억~100억원 펀드(33.2%), 100억~1000억원(31.3%), 1000억~5000억원(32.9%)의 수익률은 대체로 비슷했다. 이에 대해 김재칠 연구위원은 "수익률이 높으니 돈이 몰린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