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LG배 세계기왕전] "너 잘났다"

〈제8보〉(97~110)=2003년, 51세 노장과 14세 소년이 중국리그서 마주 앉았다. 한쪽은 1980년대 중국 바둑의 대명사였던 녜웨이핑(??衛平), 또 한쪽은 '중국의 미래'로 불리던 천야오예(陳耀燁)였다. 바둑이 노장의 승리로 끝난 뒤 복기가 시작됐다. 소년은 끊임없이 자신의 생각을 말했고, 어느 순간 노장은 발끈해서 한마디 던진 뒤 퇴장했다. "그래, 너 잘났다." 어쩌다 이런 상황까지 갔을까. 소년의 무례함과 노장의 박덕(薄德) 둘 중 하나가 원인일 텐데, 이와 관련해선 요즘까지도 두 가지 설(說)이 엇갈리고 있다.

당연한 97에 백은 98 이하 101까지 몰아놓고 102로 연결한다. 103도 불가피해서 여기까지는 외길. 그런 뒤 104 전(田)자로 가르는 수가 미리 보아 둔 호착이었다. 107로 108자리에 찔러올 경우 백에겐 참고도의 수순이 준비돼 있다. 6에 이르면 7을 생략할 수 없는데 8 이하 14까지 흑이 망해버리는 것.

결국 109까지도 필연의 진행이란 결론이 나온다. 그 수순을 기다려 110으로 연결했다. 아직도 백 대마는 자체 삶을 구하지 못한 모습. 하지만 흑의 상변과 중앙 울타리도 별로 강한 편은 못 된다. 흑은 여기서 '가'와 '나' 둘 중 어디로 두는 것이 옳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