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 커지는 中 기업… 천덕꾸러기 된 中 주식

미국 자산운용사 피델리티도 뉴욕 증시 상장사인 중국 롱톱파이낸셜테크놀로지에 투자했다가 약 1억달러의 손실을 봤다. 이 회사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회계 조사 이후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외부 감사가 줄줄이 사임하며 지난 5월 거래가 정지됐다. 지난해 40달러 수준에 거래되던 주가는 거래정지 이전 18.93달러(약 2만원)로 반 토막 났다. 헤지펀드 칼라일과 뱅가드그룹이 지분을 가진 비료업체 차이나애그리테크는 회계 부정 의혹으로 지난달 아예 상장 폐지됐다.

◆중국 은행주도 '팔자' 행렬

세계 다른 은행보다 금융위기를 잘 이겨내 안전하다고 평가받던 중국 은행들도 최근엔 불안한 모습이다. 중국 지방정부의 부채 문제가 지적되면서 은행권 부실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은 5일 홍콩 증시에 상장한 중국 2위 은행 건설은행(CCB)과 4위 은행 뱅크오브차이나(BOC) 지분 282억홍콩달러(약 3조8000억원)어치를 매각했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스코틀랜드왕립은행·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도 지난 2009년부터 현재까지 중국 은행에 투자한 200억달러(약 21조원) 이상의 자금을 회수했다. 미래에셋증권 홍콩지부의 스탠리 리 애널리스트는 "중국 은행들에 대한 지분 정리는 투자자들의 우려를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중국 지방정부의 부채 규모가 중국 감사원이 지난주 추산한 10조위안(약 1645조원)보다 3조5000억위안 이상 더 많다"며 "부채를 해결할 대책이 없으면 중국 은행권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강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美 SEC, 우회상장 중국 기업 회계 조사

'차이나 리스크'가 불거지자 미국이 나섰다. 미국 SEC와 상장회사회계감독위원회(PCAOB)는 오는 11~12일 자국 증시에 우회상장한 중국 기업의 회계를 조사할 수 있는 방안을 중국과 협의할 예정이다. 그동안 중국은 미국의 정보 공개 요구에 폐쇄적인 입장을 보여 왔지만, 최근 미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의 투명성 논란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빠져나가자 태도를 누그러뜨렸다. 우회상장이란 비상장사가 상장사와의 합병을 통해 까다로운 상장 절차를 생략하면서 증시에 진입하는 것을 말한다.

상당수 중국 기업들이 이런 우회상장을 통해 미국 증시에 입성했다. PCAOB에 따르면, 지난 2007년부터 2010년 초까지 우회상장을 통해 뉴욕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은 159개로, 기업공개(IPO)를 통해 들어온 기업보다 세 배가량 많다. 같은 기간 우회상장한 기업(603개)과 비교하면 4분의 1에 달하는 수준이다.

한국거래소 유가시장본부 박성래 상무는 "중국 기업의 투명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외부 회계법인을 통해 재무 상태를 좀 더 투명하게 검증하게 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으며, 감독 당국과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방안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주식이 전 세계에서 수난시대를 맞고 있다.

한국에서 중국고섬유한공사가 회계처리 문제로 거래정지되면서 국내 상장 중국 기업의 주가가 크게 부진한 가운데, 해외 증시에서도 중국 기업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대체로 재무 상태나 영업 활동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 보니, 투자자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악재가 발생, 갑자기 주가가 급락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증권 감독국은 우회상장한 중국 기업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세계적인 '큰손'들 中 기업 투자로 쓴맛

최근 세계적인 투자자들이 중국 주식을 샀다가 망신을 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달 20일(이하 현지시각) 헤지펀드 거물인 존 폴슨이 이끄는 폴슨앤코는 캐나다 증시에 상장해 있는 중국 벌목업체 시노포레스트의 지분 전량인 3470만주를 매각한다고 밝혔다. 폴슨 회장은 투자자들에게 보낸 사과 이메일에서 "매입가를 기준으로 약 1억600만달러(약 1128억원)의 손실을 봤다"고 말했다. 시노포레스트는 최근 회계장부 조작 스캔들에 휘말리며 주가가 급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