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경고음을 멜로디로… '세월이 가면'의 작곡가 작품

서울메트로가 운영하는 서울 지하철 1~4호선에 지난 1일부터 작지 않은 변화가 생겼다. '삐이~'하고 지하철 진입을 알렸던 날카로운 경고음이 멜로디를 갖춘 '음악'으로 바뀐 것이다. 1~4호선을 이용하는 승객이라면 누구나 들어봤을 선율을 만든 이는 1980년대 인기 작곡가 최귀섭(45) 원광보건대 실용음악과 교수다.

숱하게 리메리크됐고, 노래방 애창곡으로도 변함없이 사랑받는 최호섭의 '세월이 가면'과 원준희의 '사랑은 유리 같은 것'이 그의 대표작이다. 작곡을 요청한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작곡자에게 음향 장비 사용료 등 최소한의 비용만 지불했다"며 "사실상 무상 음원 기증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최 교수는 "7초짜리 짧은 곡이지만 멜로디를 만드는 게 정말 어려웠다"고 했다. "파격적으로 재즈풍으로 갈까 생각도 해봤어요. 그런데 '열차가 들어오니 조심하라'는 본래 기능도 무시할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잡은 콘셉트가 '경고성 음악'이었습니다.(웃음)"

경고음이 음악으로 바뀐 데는 '스크린 도어' 도움도 컸다. 서울메트로 소속 모든 역에 스크린도어가 생겨 투신·실족 걱정이 크게 줄고, 승강장 분위기도 여유로워졌기 때문.

최 교수는 "상행선에는 화려하고 부드러운 느낌의 벨을, 하행선 승강장에는 힘찬 느낌의 트럼펫을 썼다"며 "짧은 시간이지만 출·퇴근 승객들이 느낄 단조로움을 최대한 덜고 싶었다"고 했다.

그의 집안은 음악 명문가다. '로보트 태권브이' 작곡자로 유명한 영화·뮤지컬 음악가 고(故) 최창권 선생이 아버지, '세월이 가면'을 부른 호섭, 가사를 쓴 명섭씨가 친형이다. 1990년대 이후 뮤지컬 작곡에 집중해 '사랑은 비를 타고' '쇼코메디' 등을 히트시켰던 최귀섭 교수는 "오랜만에 가요계 복귀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공백이 길었던 중견 가수들과 가능성 있는 신인들에게 줄 곡을 쓰고 있습니다. 아이돌뿐 아니라 좀 더 다양한 나이대의 가수들이 사랑받았으면 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