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노인이 세상에 남긴 1500만원

기초생활수급자였던 70대 독거 노인 박노주(77) 할머니는 평생 모은 전 재산이 전세금 1500만원이었다. 할머니는 갑상샘암 투병 중이던 지난 2008년 4월 서울 마포구 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찾았다. 그는 "내가 한평생 받은 게 너무 많아. 이제 다 돌려주고 가야지"라며 자신이 세상을 뜨면 전 재산인 전세보증금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지난 7일 할머니는 세상을 떠났다. 할머니의 돈은 모금회를 통해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된다.

할머니는 서울 영등포시장 근처의 단칸 전세방에서 한 달 정부 보조금 37만여원과 지인들의 도움으로 어렵게 생활했다. 할머니는 "나라의 지원으로 살아가고 있으니 죽어서라도 꼭 갚고 싶다"고 했다. TV에서 비슷한 처지의 어느 할머니가 행상으로 평생 번 재산을 장학금으로 내놓는 것을 보고 기부를 결심했다고 한다.

할머니는 1995년 협심증으로 심장수술을 받았고, 10년 전에는 갑상샘암 선고를 받았다. 암이 온몸으로 퍼지면서 진통제 없이는 견디기조차 어려웠지만, 전기료와 가스비를 아끼기 위해 한겨울에도 보일러를 틀지 않고 모자를 쓰고 잠을 청했다. 할머니는 지인들에게 "늙은이 혼자 사는데 뭘 보일러까지 트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세탁기가 없어 한겨울에도 손빨래를 하고선 몸져눕기 일쑤였다. 할머니는 이처럼 아끼고 절약해 모은 돈을 자신보다 더 어려운, 소외된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내놓고 한 줌 재로 돌아갔다.

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박 할머니처럼 세상을 떠나면서 유산을 기부하는 '행복한 유산 캠페인'에 참가한 사람은 모두 13명이다. 그중 11명이 기초생활수급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