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조업체 40%가 적자

김모씨는 2009년 9월 A상조회사 영업사원의 권유로 회비 150만원을 내고 상조회에 가입했다. 그 후 경제적 형편이 어려워진 김씨가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했지만, A사는 그동안 받은 회비를 회원 모집 수당과 관리비로 이미 지출했다며 환급 요구를 거부했다.

박모씨도 2007년 10월 80만원만 내면 가입비 198만원짜리 상조회에 가입시켜 주겠다는 말을 듣고 B사의 상조 서비스에 가입했다. 그런데 작년 10월 해약하려고 하니 B사는 회원 모집 수당을 지불하느라 남은 돈이 없다며 역시 해약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상조업체들의 재무구조가 취약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0일 상조회사의 재무 정보를 공개, "상위 10대 상조업체 중 현대종합상조, 더케이라이프, 재향군인회상조회, 좋은상조 등 4개 회사가 당기순손실(적자)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10대 업체를 모두 합할 경우 작년 매출은 2242억원에 적자가 103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적자 업체 숫자가 7개이고, 총 적자가 423억원이던 2009년에 비해서는 재무구조가 다소 개선됐다.

10대 업체 중 작년에 흑자를 본 업체는 부산상조, 보람상조라이프, 보람상조개발, 대구상조, 평화드림, 한라상조 등 6개였고, 이 중 2년 연속 흑자를 본 곳은 부산상조, 대구상조, 평화드림 등 3개다.

공정위 관계자는 "상조업체의 모집 수당은 당장 비용으로 나가는 반면 고객이 낸 불입금은 일단 부채로 회계 처리했다가 장례가 발생하면 수익이 난 것으로 인식하는데 가입자들이 장례를 치르려면 10년 이상이 지나야 하기 때문에 많은 상조업체가 적자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상조업체들은 영업사원이나 모집인 등에게 회원 불입금의 20% 이상을 모집 수당으로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또 5월 현재 등록된 상조업체는 300개이고, 총 가입자는 약 355만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작년 9월부터 3억원 이상의 자본금을 갖추고 소비자 피해 보상 보험 계약을 맺은 상조업체만 시·도에 등록하도록 하고 있다. 300개 상조업체가 고객에게 받은 불입금(선수금)은 2조1819억원이며, 이 중 20.6%인 4494억원을 소비자 피해 보상을 위해 은행에 예치하거나 공제조합에 넣어두는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해 이 비율을 2014년까지 50%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상조업체에 회원으로 가입할 때는 등록된 업체인지, 재무 상태가 건전한 업체인지 등을 공정위 홈페이지 등에서 확인하고 나서 가입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작년에 접수된 605건의 상조 관련 소비자 불만 사항 가운데, 중도 계약 해지를 거부하거나 환급을 늦추는 사례가 48.0%로 가장 많았다. 해약할 때 과다하게 위약금을 달라고 한 사례도 32.9%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