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만 보지말고 우리도 보라

기타리스트 함춘호(50)는 평론가들로부터 "일렉과 어쿠스틱을 넘나들며 보여주는 연주 솜씨가 한국 최고"라는 평을 듣는다. 그가 1980년대 이후 나온 가요 앨범의 80% 가까이에 참여해 '최다' 연주자가 된 건 이런 실력 때문이었다. 조용필·송대관·태진아·이문세 같은 중견 가수부터 투애니원·샤이니 등의 아이돌에 이르기까지 시대와 장르를 망라한 가요 앨범에 그의 기타가 녹아 있다.

함춘호가 데뷔 30주년을 맞아 처음으로 자신 이름 석 자를 내건 솔로 앨범을 준비하고 있다. 11일 그를 만났다.

―어떻게 연주생활을 시작하게 됐나.

"중학교 때 형 어깨너머로 기타 치는 것을 보고 흉내 낸 것이 첫걸음이다. 코드를 하나 알 때마다 그 코드에 맞는 노래들을 찾아 익히는 게 너무 즐거웠다. 사춘기 시절 기타는 생활의 탈출구였고 여기까지 왔다."

―81년 이광조 앨범의 기타를 맡아 가요계에 입문한 뒤 듀엣 '시인과 촌장'을 거쳐 가수가 아닌 연주자의 길을 걸어온 이력이 특이하다.

"지방에서 밴드 순회 공연을 할 때 시인과 촌장의 새 멤버를 찾던 하덕규 선배가 호텔방을 찾아와 노래를 들려줬다. 그걸 듣고 바로 멤버가 됐다. 하지만 정규 멤버 생활은 천성적으로 자유로운 것을 추구했던 나와는 맞지 않았다. '사랑일기' 앨범을 끝으로 서로 좋게 헤어졌고 이후에는 홀로 기타 연주생활을 했다."

―참여했던 가수의 앨범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노래가 있다면.

"90년 김민우의 '입영열차 안에서'. 기타인데도 마치 타악기처럼 탁탁 쳐서 리듬을 내는 '뮤트(mute)'주법을 도입했다. 당시에는 거의 쓰이지 않는 주법이었는데 이후 후배 연주자들이 앞다퉈 따라 했다."

―2009년 설립된 전문 연주인들 모임 '한국소리모음회'의 회장을 맡고 있다. 어떤 일을 하나.

"회원이 400명쯤 된다. 외국의 경우 연주인 노조(union)가 강력하게 조직화돼 있다. 전국 100여개 대학의 실용음악과에서 뮤지션의 꿈을 키우는 예비 후배들을 위해서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무대·조명·음향·의상 등 공연산업 다방면에 투자돼야 할 돈이 모조리 가수 개런티로 사용되는 현실이 정상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