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本펀드의 질주

3·11 대지진 발생 후 일시 급락했던 일본 증시가 반등하면서 국내에서 판매되는 일본 펀드도 선전하고 있다. 일본 펀드의 최근 1~3개월 수익률은 해외 펀드 중 가장 높다. 3·11 대지진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았을 때 일본 펀드 투자에 나섰던 사람은 그만한 보상을 받게 된 셈이다.

다만 장기투자자 입장에선 아직도 아쉽기만 하다. 수익률이 급반등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대지진 이전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고 있고 3년 평균 수익률(-36%)은 러시아 펀드에 이어 최악을 기록 중이다.

◆대지진 공포 벗어난 수익률

펀드 평가사 에프앤가이드 집계(8일 기준)를 보면 설정액 10억원 이상인 45개 일본 펀드는 최근 3개월간 평균 4.91%의 수익률을 올렸다. 최근 1개월 평균 수익률도 5.33%에 달해 1~3개월 성적이 해외 펀드 중 최고로 올라섰다. 최근 3개월간 해외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마이너스 3.68%로 미끄러진 상태다. 지역별 펀드 가운데 3개월 수익률이 플러스인 펀드는 일본 펀드와 대만 펀드뿐이다.

일본 펀드 중 3개월 성적이 가장 좋은 펀드는 8.65%의 수익을 낸 '미래에셋맵스재팬인덱스증권투자신탁 1(주식)종류A'다. 하지만 이 펀드는 설정액이 11억원에 불과하다. 그 뒤를 잇는 펀드가 2007년 설정된 '우리일본SmallCap증권투자신탁1[주식]Class C1'로, 3개월 수익률이 8.50%에 달한다.

◆증시 반등하며 자금 유입

일본 증시는 대지진이 발생하기 전 수준으로 거의 회복했다. 225개 기업의 주가 평균을 집계하는 닛케이 평균은 대지진 직후인 지난 3월 15일 8600선으로 추락했다. 올해 최고점(2월 21일, 1만857.53) 대비 20% 넘게 폭락했다. 하지만 일본 증시는 예상보다 빠르게 바닥에서 치고 올라왔다. 지난 8일 닛케이 평균은 1만137.73까지 오르며 대지진 발생일 이후 최고점을 찍었다.

일본 증시가 대지진과 원자력발전소 사고의 공포를 딛고 일어선 것은 일본 경제가 'V'자 형태의 빠른 회복을 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 경제를 떠받치는 제조업체들은 기력을 되찾고 있다. 도요타 자동차는 예상보다 이른 올 9월에 북미 지역의 차량 생산이 100% 정상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제조업 경기를 보여주는 산업생산 지표도 정상화 수순을 밟고 있다. 지난 3월 일본의 산업생산은 전달보다 15.3% 감소했었지만 4월에는 1.6% 증가하며 한 달 만에 플러스로 돌아섰다. 김태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대지진 이후 원전 사고 때문에 증시 낙폭이 확대됐지만, 원전 사태가 일단 진정되고 지진 복구 작업이 진행되면서 제조업 둔화 흐름이 개선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증시에 온기가 돌면서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일본 펀드에도 자금이 몰리고 있다. 펀드 조사업체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 집계를 보면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6일까지 2주간 일본 펀드로 8억3900만달러의 자금이 순유입(유출액보다 유입액이 많은 것)됐다.

◆앞으로는 어떨까

일본 펀드가 앞으로도 해외 펀드의 승자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단기적으로 일본 펀드의 수익률이 반등했지만 대지진 발생일 이후 최근 4개월간 수익률은 여전히 마이너스다. 지난 3월 중순 이후 국내에서 판매되는 일본 펀드로의 자금 유입도 순유출 상태다. 일본 펀드 중 설정액이 1393억원으로 가장 큰 '프랭클린템플턴재팬증권자투자신탁(A)(주식)'도 3월 중순 대비 설정액이 234억원 줄었다.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일본 경제가 장기로 보면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데다 앞으로도 저성장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