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 현실 뼈저리게 느낀 3년"

"연평도 포격 직후가 가장 긴장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러시아가 한국의 사격 훈련 자제를 요청하기 위한 안보리 긴급회의를 소집하며 압박해 왔어요. 저는 '한국은 지금 밤'이라고 간신히 시간을 벌어놓고 10시간 안에 회원국들을 설득해야 했습니다."

3년 2개월의 임기를 마치고 12일 귀국하는 박인국(59) 주(駐)유엔 대사를 10일 뉴욕에서 만났다. 그는 작년 12월을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하다고 했다. 연평도 포격 사건 후 우리의 대응 사격 훈련이 정당한 자위권 행사임을 설득하는 한편으로, 공동경비구역(JSA)에서 복무 중인 둘째 아들 생각에 마음이 착잡했다. 게다가 회원국에 한국 상황을 설명하느라 진땀 빼고 있는데 한국에서 어머니가 위독해 몇 시간 안에 돌아가실 것 같다는 전화까지 왔다.

박 대사는 '어머니, 조금만 더 버텨 주세요'라고 간절히 기원했고, 모친은 한 주를 더 버텼다. 그는 "그때 기다려 주신 어머니를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 난다"고 했다.

안보리 긴급회의 분위기도 다행히 '양국 자제'보다는 '북한 도발 규탄'으로 기울었다. 그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박 대사는 북한의 핵실험, 대북 제재 결의안 채택,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재선 등 한반도와 한국인이 유엔의 핵심 이슈이던 기간에 유엔에서 '한국 목소리'로 분투했다. 그는 "우리 한반도가 아직 분단국가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낀 3년이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