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신입행원 절반을 외국大 출신 뽑았다"

"국내 금융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입니다. 이제는 국내 은행들도 좁은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해외로 나가야 합니다."

13일로 취임 1주년을 맞은 어윤대 KB금융(국민은행의 모회사) 회장이 '은행의 국제화'를 화두로 던졌다. 취임 초 "금융의 삼성전자를 만들겠다"던 그가 구체적인 액션플랜(action plan)에 착수한 것이다. 그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은행이 생존하려면 길은 밖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면서 "임기 중에 아시아 리딩 뱅크로 도약하기 위한 초석을 다지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임기는 2013년 7월까지다.

국민은행은 국제화의 첫 작업으로 올해 신입 행원 200명 중 100명을 외국대학 출신으로 선발했다. 어 회장은 "해외 지점에는 은행에서 10년 이상 경력을 쌓은 베테랑을 뽑아야 하는데, 이들은 현지 문화를 이해하고 적응하는 데 근본적 한계가 있다"면서 "어릴 때부터 그 나라 문화에 익숙한 인재를 뽑아 은행 국제화의 첨병으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모든 임원들이 참석한 중장기 전략회의에서 '해외지점 확대→현지법인화→해외 은행 인수'를 골자로 한 3단계 글로벌 전략을 확정했다.

―은행의 국제화가 왜 시급한가.

"2002년까지 스탠다드차타드와 KB금융지주의 자산 규모는 비슷했다. 하지만 지금은 스탠다드차타드가 우리의 2배로 성장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KB금융은 국내에 안주했고, 스탠다드차타드는 과감한 해외 성장 전략을 폈다."

―국내에서 성장할 방법은 없나.

"국내 은행은 더 이상 기업의 자금줄이 아니다. 이미 대기업은 은행에서 돈을 하나도 빌려 쓰지 않는다. 국내에선 은행 돈을 빌리려는 자금 수요가 많지 않다. 상반기에 은행의 과당 경쟁을 걱정했던 것도 따지고 보면 시장이 이미 성숙해서 더 키울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기업 경영이론을 봐도 이런 상황에선 해외 진출밖에 답이 없다. 삼성, LG가 국내시장에서만 경쟁했다면 어떻게 세계적인 기업이 됐겠나."

―국내 은행들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얘기가 많다.

"우리나라 금융산업도 아시아에서 리더가 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 다행히 최근 한국의 젊은이들이 해외 유학을 많이 해서 미국·중국·유럽의 문화에 익숙한 인재풀이 만들어졌다. 전략적인 방향만 서면 국내 은행원들의 역량 부족은 빨리 극복할 수 있다."

―은행의 핵심 경쟁력인 조달 금리가 글로벌 은행보다 높은 것도 문제다.

"그렇다. 금융산업의 가장 큰 비교우위는 자금조달 비용이 얼마나 낮은가이다. 우리나라는 영국이나 스위스와 비교해 자금 조달 면에서 비교우위가 없다. 이런 면에서 정부의 정책적인 결단이 필요하다. 예컨대 한국은행의 외환보유고를 리보(LIBOR)금리만 받고 국내 은행에 빌려준다면 큰 힘이 될 수 있다.

―최근 산업은행이 메가뱅크(초대형은행)론을 앞세워 우리금융 인수를 시도했는데.

"메가뱅크로 덩치를 불리면 조달금리를 낮출 수 있고, 브랜드 파워도 커진다. 반대할 일만은 아니다. 최근 브라질의 이타우은행이 미국의 뱅크오브아메리카(BOA)를 브랜드 파워로 추월한 것은 그래서 시사점이 있다. 이타우은행의 자산 규모가 커지면서 브랜드파워가 상승한 것이다."

―자사주 매각이 마무리됐는데, 새로 생긴 2조원의 돈은 어떻게 활용할 계획인지.

"주주들에게 배당을 많이 줘야지.(웃음) 생명보험사 매물을 찾기 힘들고, 해외에서도 인수합병할 만한 좋은 물건을 찾기 힘들다."

―KB금융이 은행 간 과당 경쟁을 촉발한다는 지적이 있다.

"근거 없는 마타도어다. KB금융은 그동안 리스크 관리에 치중해왔다. 하반기에도 이익이나 시장점유율보다 위험관리가 우선이다. 지금까지 대출이 부실이 되면 관리 책임을 지점에서 본점으로 넘겼는데, 앞으로는 대출을 유치한 사람이 영구적으로 책임을 지는 시스템을 만들 것이다."

―'4대 천왕'이라는 세간의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절에서 사천왕 얼굴이 무섭게 생겨서 부정적인 이미지로 인식되는 것 같다. 하지만 악귀를 쫓으면 좋은 것 아닌가.(웃음) 다른 금융지주사 회장들은 굉장히 경험이 많은 분들이다. 나는 거기에 들어가면 안 되는 사람이다. 앞으로는 3대 천왕으로 해달라.(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