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센인 마음의 상처 보듬은 '붓 한자루'

"불편한 손, 떨리는 손, 쥘 수 없는 손에 붓을 쥐었는데 순수함이 그려져 놀라웠습니다.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하면서 맑은 웃음을 웃고 기쁨의 표정을 지었다는 것만으로 마음이 치유됐습니다. 감사합니다."(강창석 '소록도의 아름다운 동행')

19일부터 21일까지 전남 고흥 국립소록도병원 로비에서 '소록도-행복한 웃음으로 피어나다'라는 특별기획전이 열린다. 소록도에 사는 한센인들이 간호사와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그린 작품 50여점이 전시된다. 손이 없어 붓을 쥐기도 힘든 그들이 만든 작품에는 소록도 모래와 씨앗을 뿌려 만든 '우리'라는 제목의 시와 '소록도 웃음'이라는 글귀, 고무줄에 붓을 매달아 쓴 서예 작품 등이 포함된다.

이번 전시는 소록도에서 차를 타고 40분 정도 걸리는 곳에 있는 '남포미술관'에서 주관했다. 이곳의 곽형수 관장은 "그동안 소록도에서 공연이 열린 적은 많지만 주민들이 그림을 그리고 전시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붓을 쥐기 힘든 만큼 붓을 잡고 그림을 그리고 싶은 생각이 간절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아니나 다를까 다들 좋아하더군요. 손과 발이 없는 한 할머니는 휠체어를 타고 와서 그림을 그리며 울더라고요. 왜 우냐니까 '내 평생 소록도에서 그림을 그릴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해요."

평소 잘 웃지 않던 여든 살의 할머니는 그림을 그리며 활짝 웃었다고 했다. 팔이 없는 이 할머니는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작품을 완성했는데 종이 위에 아교를 바르고 콩과 돌 등을 뿌려 '소록도 웃음'이라는 글을 썼다. 곽 관장은 "잘 웃지 않는 할머니인데 웃어서 간호사들이 신기해했다"며 "세상과 문화와 떨어져 있는 소록도 주민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준 것 같아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소록도 주민들이 그림을 그린 과정과 작품은 도록으로 만들어 무료로 배포할 예정이다. 집에서 간직하며 가끔 꺼내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남포미술관에 있는 작품 600여점을 번갈아가며 소록도병원 로비에 전시할 거예요. 그것만으로도 병원 분위기가 좋아질 테니까요. 주민들이 앞으로도 이런 행사를 계속해 달라고 하는 만큼 여력이 될 때까지 할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