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LG배 세계기왕전] 도처에 地雷

〈제12보〉(172~200)=천야오예(22)는 기사 생활의 중요한 전기를 맞고 있다. 세계 최연소 九단 등 그간의 성취를 돌아볼 때 가파르게 치솟던 성장세가 다소 둔화된 느낌을 주기 때문. 세대교체 속도가 특히 빠른 중국에서 후배들은 강력한 도전장을 던져오고 있다. 더 이상 '유망주'에만 머물 나이는 지난 것이다. "선배 세대에 비해 '헝그리 정신'이 부족하다", "수읽기의 정밀성이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번뜩이는 감각만은 여전히 일품이다. 좌상귀의 철통같은 백진에서 수를 내는 솜씨를 감상해 보자. 지난 보(譜)에서 뿌려놓은 ▲ 석 점의 효과로 그는 173을 차지하는 데 성공한다. 176으로 참고1도 1의 차단은 6까지 귀에서 사는 수가 발생해 바둑도 역전돼 버린다. 179까지 큰 수확을 올렸다. 승패를 떠나 천야오예의 기재(棋才)는 역시 범상치 않다.

박승화는 그러나 180, 184 등을 차지하며 묵묵히 판을 정리해 간다. 192까지는 이렇게 될 곳. 195가 재미있는 수였다. 참고2도를 보자. 백이 무심코 1로 마늘모했다간 큰일 난다. 4로 기어나오는 수가 발생, 다 된 밥에 코 빠뜨리는 결과를 맞는 것. 또 한 개의 지뢰를 피했다. (200…1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