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代 맥 잇는 24세 최연소 해녀

"해녀 수업, 힘드네요. 하지만 이겨내야죠. 어머니와 함께 하니까 견딜 만해요."

국토 최남단 마라도에서 태어난 김연지(24)씨는 요즘 넉 달째 해녀 수업을 받고 있다. 두 달 뒤면 4대 해녀 집안의 맥을 잇게 된다. 더불어 제주 '최연소 해녀' 타이틀도 얻는다. 제주의 해녀 5000여명 가운데 20대는 없다. 30대도 겨우 2명뿐이다. 마라도에서는 6개월 이상 물질을 배운 뒤 해녀 회장의 인정을 받아야 해녀가 될 수 있다. 그러면 연지씨는 어머니의 할머니, 외할머니, 어머니에 이어 4대째 해녀가 된다.

요즘 연지씨는 어머니를 따라 바다에 나가 3시간가량 성게를 잡는다. 잡은 성게의 껍데기를 까고 알을 파내 모으면 1㎏ 정도다. 능숙한 해녀들이 하루 8시간 물질에 성게알을 5~6㎏ 수확하는 것에는 비교할 수 없다. 하지만 ㎏당 10만원을 받으니 수입은 짭짤한 편이다.

갓 돌 지난 딸을 둔 초보 엄마인 연지씨는 지난해까지 고향 마라도를 떠나 있었다. 그는 마라도에서 초등학교만 마친 뒤 제주 본섬으로 가 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에 다니다가 화물운송업에 종사하던 남자와 결혼했다. 하지만 아기가 태어나면서 가족이 부쩍 그리워졌다고 한다. 남편과 의논해 둘 다 직장을 정리하고 '아이가 중학교에 갈 때까지만 고향에서 살자'며 귀향했다.

마라도에서 처음 손댄 것은 관광유람선과 여객선이 오가는 부두에서 호떡·어묵·음료·팥빙수를 파는 작은 포장마차였다. 하지만 수입이 신통치 않았고, 이런저런 생각 끝에 어머니를 이어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기로 했다.

가족과 주변의 권유도 힘이 됐다. '선배 해녀'인 외할머니 나영옥(76)씨도 "요즘 젊은이들은 물질이 힘들어 한사코 피하는데 손녀가 하겠다니 말릴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마을 사람들은 어릴 적부터 어머니를 따라다니며 바닷가에서 살아온 그가 정식 해녀가 되는 건 시간문제라고 여기고 있다. 김란자(67) 해녀 회장은 "바다에 뛰어든 젊은이를 오랜만에 보니 대견하다"며 "점차 사라져가는 해녀의 맥을 이어갈 젊은이가 계속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