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가 주택구입 적기"

주택시장 전문가 2명 중 1명은 올 하반기가 실수요자들이 집을 살 적기(適期)라고 보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는 최근 대학교수, 연구기관·금융기관·건설업계 등에 종사하는 전문가 36명을 대상으로 '실수요자의 주택 구입 적정 시기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48.6%가 '올해 하반기'를 꼽았다고 14일 밝혔다.

'내년 상반기'를 적기라고 보는 전문가는 31.4%로 올해 하반기에 이어 둘째로 많았다. 결국 응답자의 80%가 올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가 집을 사기에 가장 좋다고 보고 있는 셈이다. '2013년 이후'(11.4%)와 '내년 하반기'(8.6%)를 꼽은 전문가는 20%였다.

올 하반기가 주택 구입 적기라고 보는 이유는 뭘까. 우선 전세금이 계속 오르면서 매매가와의 격차가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금은 지난해 전국 평균 7.1% 올랐고 올해도 상반기에만 7%나 뛰었다. 이에 따라 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이 평균 60%, 일부 지방은 70%대를 넘어섰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전세금이 오르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매매가격이 동반 상승할 수밖에 없다"면서 "지금 주택시장은 바닥권을 지나 회복기에 접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권 진입을 노리는 실수요자도 올 하반기가 구입 적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연구위원은 "서울 강남권에 주로 포진한 9억원 이상 고가(高價) 주택은 연말까지 취득·등록세 감면 혜택이 주어진다"면서 "감세(減稅) 혜택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리 인상으로 대출 부담을 느낀 급매물이 연말까지 많이 나올 가능성이 커 실수요자에겐 바닥에서 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주택 공급 부족에 따른 집값 상승 가능성을 점치는 전문가도 있다. 국민은행 박합수 PB팀장은 "사이클(경기순환)상으로 보면 집값이 올라가야 하는 시기가 됐다"면서 "내년엔 공급이 더 부족해지고 인플레이션도 지속돼 집값 상승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변수는 있다. 금리가 계속 오르고 있고 주택대출 규제도 쉽게 풀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 내년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정치적 불안이 커지면 주택시장에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실수요자의 경우 대출 상환 능력 범위 내에서 아직 저평가된 지역에 관심을 갖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서울의 경우 지하철 9호선이 통과하는 강서구 가양·염창동 일대, 강북권에서는 서대문~독립문~홍제~불광으로 이어지는 지하철 3호선 역세권이 저평가됐다는 분석이다. 박합수 팀장은 "동대문 답십리·장안동 일대, 동작구 사당동 인근도 뉴타운 사업으로 발전 가능성이 크다"며 "이 지역들은 교육 문제가 약점이 될 수는 있지만 실수요자의 내집마련 차원에서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