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는 우리 땅, 한복은 우리 옷… 우리 아이들이 꼭 기억했으면…

독도와 한복은 공통점이 있다. 모두 우리 것이지만, 논란이나 문제 상황이 벌어지지 않으면 평소에는 사람들에게 잊힌 존재가 되고 만다는 점이다. 한복 디자이너 이영희(75)씨가 다음 달 9일쯤 독도에서 사상 첫 한복 패션쇼를 열겠다고 나선 건 이런 세태에 경종을 울려 보겠다는 뜻에서다.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이영희 한국의상' 사무실에서 이씨를 만났다.

―독도와 한복이 어떤 연관이 있나.

"둘 다 우리 것 아니냐. 모두들 세계화를 말하고, 옷도 마찬가지지만 우리나라에서 우리가 한복부터 잘 지키는 게 기본이다. 이번 패션쇼는 방송(KBS)으로도 중계될 예정이니 세계 사람들이 많이들 보게 될 것이다. 그래서 패션쇼장 플래카드 하나까지도 최대한 예술적으로, 한국적으로 만들려고 한다."

―독도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내가 회장으로 있는 사단법인 '미래문화' 회원 한 분이 수년 전 흰 모시 도포를 입고 (일제가 독도에) 박아놓은 징을 빼낸 일이 있다. 그때부터 독도 지키기를 위해 나도 뭔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일본 교과서 파동이 이어지면서 그런 생각을 더 굳히게 됐다."

―전통문화인 한복을 정치·외교 문제에 이용하는 것을 두고 논란이 일지는 않을까.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내 말에, 패션쇼 취지에 공감할 것이다. 비판이나 논란은 없을 것이라고 100% 자신한다. 일본은 후세들에게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가르치기 위해 교과서까지 바꾼다는데 우리도 아이들한테 뭔가 보여줘야 하지 않겠나. 그런 점에서 독도에 양장이나 청바지를 입고 가는 것보다 한복 입고 가는 게 훨씬 홍보 효과가 클 것이다."

―패션쇼 타이틀이 '바람의 옷, 독도를 품다'이다. '바람의 옷'은 어떤 의미인가.

"내가 파리에서 처음 한복으로 패션쇼를 했을 때 르몽드 기자가 우리 옷에 붙여준 이름이다."

―패션쇼 보도자료에 "국민의 한복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모 호텔 한복 홀대와 같은 일이 이슈화했다"고 했다.

"사건 소식을 듣고 그동안 외국에서 한복을 알리는 데에만 매달렸는데 우리 자신이 먼저 한복을 잘 알아야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 의상에 대한 우리 자신의 인식이 이 정도인가 싶어 슬펐다."

―그 사건이 있고 문제의 호텔측에서 찾아왔다던데.

"내가 한복협회 직전 회장이다. 회원들이 '검은 옷을 입고 몰려가자'고 할 정도로 분위기가 심각했지만 만류했다. 호텔 대표와 임원이 나를 찾아와 '그런 일이 있어 죄송하다'고 하더라. 앞으로는 한복에 더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이영희에게 한복은 무엇인가.

"예술이다. 예술품이다. 한복은 일하는 데 입기에는 안 맞다. 그래서 대중화가 어렵다."

―한복값이 너무 비싼 게 대중화의 걸림돌은 아닐까.

"2005년 APEC 정상회담 때 각국 정상들에게 만들어준 두루마기 가격이 400만원 정도였다. 바지저고리까지 했으면 650만~700만원은 될 것이다. 한복은 모양내고 멋 부리자면 끝도 없다. 바느질은 또 얼마나 다양하고 힘든가. 한복을 만드는 공으로 양장을 만들면 웬만한 세계 명품 옷보다 훨씬 비싸게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한복은 절대 비싼 게 아니다."

―TV 속 한복은 어떤가.

"정말 큰일이다. (한복 전공) 대학교수들이 난리다. 디자인은 별로 문제 될 게 없는데 빨강 치마에 노랑 저고리 등 색상이 엉망이다. 기생을 다룬 한 드라마 속 여배우는 양장을 입으면 멀쩡한데 한복만 입고 나오면 상스럽게 비치더라. TV용 한복을 허가해 주는 연합회라도 하나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기생 드라마를 쓴 임성한) 작가를 몇 년 전 두세 번 만난 적이 있다. 그때는 한복 드라마를 쓰고 싶다고 해서 높이 평가했는데…."

―역대 대통령 부인들의 한복을 많이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 '영부인 한복'의 콘셉트가 있나.

"영부인은 국가를 대표하는 만큼 한복을 입는 데 있어서도 품위가 최우선이다. 나이보다 두세 살 더 들어 보이더라도 최대한 우아하고 품위 있는 한복을 입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반인들이 한복을 입거나 고르는 데 가장 많이 하는 오류는.

"자기는 특정한 색만 맞는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전문가의 권유를 따르는 게 좋다. 한복은 무조건 색상이 화려하다고 좋은 게 아니다. 옷 입는 분의 나이, 장소,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여름에 한복을 입는 건 고역이라는 분도 있다.

"모시를 입어야 한다. 요즘은 실크를 섞기 때문에 찰랑찰랑하면서 시원하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씨가 단골인데 모시 없으면 못 산다고 하고 연주복으로 모시 드레스를 맞춰 입을 정도로 모시를 좋아한다. 나랑 '모시사랑위원회'라도 만들자고 했다(웃음)."

―아직 더 이루고 싶은 게 있나.

"독도 패션쇼도 (70대의) 내 나이에는 하나의 도전이다. 다음 목표는 뉴욕에 한국 의상 매장을 내는 것이다. 한복을 세계화할 수 있는 능력은 된다고 자부하니 (매장도) 꼭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