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검찰이 확인한 불법 대선자금, 일부분에 불과… 작은 것 숱하게 많아"

2003년 가을부터 2004년 초까지 진행된 검찰의 2002년 대선자금 수사에서 확인됐던 불법 대선자금 규모가 전체의 일부분에 불과할 가능성이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최병렬(73) 전 의원은 최근 낸 자서전 '보수의 길 소신의 삶'(기파랑 출간)에서, 검찰의 최종 수사 결과 발표 한 달쯤 전인 2월 초 모씨로부터 "삼성에서 추가로 300억원이 한나라당으로 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최 전 대표는 이 보고 내용을 일절 발설하지 않았고, 검찰은 3월 8일 한나라당이 받은 전체 불법 자금이 823억원이며, 그 가운데 삼성이 제공한 돈은 채권 300억원, 현금 40억원이라고 발표했다.

최 전 대표는 훗날 '(한나라당 대선자금) 사건에 관계했던 한나라당의 한 핵심적 인사'를 만난 자리에서 '(드러나지 않은) 300억원' 얘기를 꺼내자 그가 "당시 검찰 수사로 드러난 것은 전체의 일부분일 뿐, 드러나지 않은 것들, 작은 것들도 숱하게 많았다"고 했다고 전했다.

최 전 대표는 노태우 대통령 취임 첫해인 1988년 12월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전두환 전 대통령의 백담사행을 조정하던 과정에 얽힌 비화도 소개했다. 청와대에선 당초 전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남 합천행을 추진했으며, 이원조씨를 통해 뜻을 전달했으나 거절당했다고 했다. 결국 전 전 대통령은 오대산 월정사로 가려다 경호상의 문제로 포기하고, 서의현 당시 조계종 총무원장에게 부탁해 백담사를 선택했다고 최 전 대표는 전했다. 최 전 대표는 또 2004년 총선을 앞두고 박근혜 의원에게 공천심사위원장을 맡기려 했으나 이재오 당시 사무총장의 반대로 김문수 의원에게 맡겼다고 밝혔다. 이재오 당시 총장은 "'독재자의 딸에게 어떻게 공천심사위원장을 줄 수 있느냐'는 식의 이야기를 했다"고 반대했다는 것이다.

최 전 대표는 23년간의 신문기자 생활, 장관 세 번과 서울시장, 4선 의원 및 한나라당 대표를 거치는 동안 정치 현장에서 겪은 이야기를 이 책에 자세히 담았다. 그는 "6·2 지방선거와 4·27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이후에도 변하지 않는 한나라당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모든 것을 새롭게 만들어내지 못하면 선거에서 백전백패하리라고 나는 감히 장담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