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세 골프 전설' 왓슨, 홀인원… 또 하나의 전설 만들다

1970년대와 1980년대에 걸쳐 브리티시 오픈에서 다섯 차례 우승한 톰 왓슨(62·미국)은 2년 전 60세의 나이에 준우승을 차지하며 골프팬에게 깊은 감동을 안겼다. 62세의 나이에도 "나는 우승하러 온 것"이라던 왓슨이 다시 한 번 브리티시 오픈에 마법을 선사했다.

15일 잉글랜드 샌드위치의 로열세인트조지스골프장(파70·7211야드)에서 열린 제140회 브리티시오픈 2라운드. 왓슨은 178야드 거리의 6번홀(파3)에서 4번 아이언을 꺼내 들었다. 그는 무리하지 않고 클럽을 휘둘렀고, 그린을 향해 날아간 공은 바닥에 한 번 튕기더니 그대로 홀로 빨려 들어갔다. 그가 PGA 무대에서 거둔 5번째 홀인원이자 1989년(미국 페블비치골프장) 이후 12년 만의 홀인원이었다. 브리티시오픈 최고령 홀인원 기록은 1973년 대회에서 71세의 진 사라센(1902~1999·미국)이 세웠다.

왓슨이 두 팔을 번쩍 치켜들어 올리자, 갤러리는 축구장 응원석을 방불케 하는 환호를 보냈다. 1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리며 왓슨과 같은 조에서 경기한 아마추어 선수 톰 루이스(20·잉글랜드)가 왓슨에게 다가갔고, 두 명의 '톰'은 손을 마주치며 하이파이브를 했다. 루이스의 이름인 '톰'은 프로 골퍼였던 루이스의 아버지가 가장 좋아했던 선수 톰 왓슨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역시 같은 조에서 경기한 헨릭 스텐손(스웨덴)도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으로 대선배와 손을 마주쳤다.

왓슨은 "홀까지 걸어가는 동안 '볼이 정말 홀 안에 들어가 있어야 할 텐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후 경기를 마칠 때까지 왓슨이 가는 곳마다 갤러리가 몰려들며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왓슨은 홀인원 이후 버디 2개와 보기 4개를 기록하며 2라운드 합계 2오버파로 경기를 마쳤다. 아마추어 톰 루이스는 2라운드에서 4타를 잃으며 1언더파를 기록했다.

왓슨은 1970~80년대 잭 니클라우스(미국)와 라이벌 구도를 이뤘던 '살아 있는 골프 전설'이다. PGA투어 통산 39번 우승했고, 메이저 대회 8승 중 5승을 브리티시오픈에서 했다. 그는 브리티시오픈에서 숱한 명장면을 연출했다. 특히 1977년 턴베리에서 열렸던 브리티시오픈에서 니클라우스와 벌인 3·4라운드 맞대결은 '백주의 대결(duel in the sun)'이란 이름이 붙을 정도로 20세기 최고의 명승부로 남아 있다.

왓슨은 지난 5월 시니어 PGA 챔피언십에서 시니어투어 메이저 대회 최고령 우승을 차지하는 등 여전히 녹슬지 않은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50대 선수들이 중심을 이루는 시니어투어에서 왓슨은 늘 우승후보로 꼽히고 있다.

왓슨은 "브리티시오픈이 열리는 링크스코스에서는 공을 아주 멀리 칠 필요가 없다"며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런 클라크(북아일랜드)와 루카스 글로버(미국) 등이 2라운드까지 4언더파를 기록하며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왔다. 양용은은 2라운드에서 버디 3개, 보기 2개로 1타를 줄이며 이븐파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