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첫 드라마, 신인처럼 설레네요"

"우리 세대에 영화 하던 사람들은 TV는 생각도 안 했는데 시대가 바뀌었잖아요. 남궁원이 아직 건재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훤칠한 외모와 무게 있는 목소리, 안정된 연기로 '한국의 그레고리 펙'이라 불리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영화배우 남궁원(77)이 데뷔 52년 만에 처음으로 TV 드라마에 출연한다. 23일 첫 방송되는 SBS TV 주말극 '여인의 향기'에서 자기 딸 임세경(서효림 분)을 받아들이지 않은 남자 주인공 강지욱(이동욱 분)을 철저히 응징하는 냉혹한 재벌 회장 임중희 역이다. 주연은 아니지만 비중 있는 캐릭터다.

남궁원은 1959년 데뷔한 뒤 302편의 영화에 출연했고, 대종상 등 국내·외 영화제에서도 여러 차례 수상한 우리 영화계의 산 증인이다. 하지만 2002년 '싸울아비' 이후로는 작품을 하지 않았고, 그 이후에는 '국회의원(한나라당 홍정욱)의 아버지'로 더 유명해졌다.

남궁원은 17일 전화 인터뷰에서 "어제 첫 촬영이 있었는데 신인 때보다 더 떨렸다"며 껄껄 웃었다. "스태프들에게 가장 먼저 공손히 인사했죠. '신인 배우니 잘 부탁드린다'고. 가슴이 설레고 활기가 넘쳤어요. 역시 배우가 천직이로구나 싶었죠."

제작사로부터 출연 제의를 받고 수락하기까지 우여곡절도 있었다. 가족회의를 열어 논의했는데 특히 홍정욱 의원이 말렸다고 한다. "아들 녀석은 'TV는 영화보다 촬영 템포도 빠르고 낯설 텐데 적응할까요'하고 걱정했어요. 하지만 날 평생 지켜봐 준 집사람이 격려해줬어요." 나이 지긋한 연기자들이 TV 드라마에서도 예능 프로에서도 젊은이들에게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인 것도 '경쟁 심리를 발동시켜' 출연을 결심한 계기가 됐다고 한다.

"연기 재개를 결정하면서 '내 나이에서 30을 빼고 행동하자'고 스스로 다짐했어요. 마흔일곱! 열정과 패기가 있으면서 경륜이 쌓이는 나이잖아요. 마음뿐 아니라 몸도 40대라는 것을 연기로 보여 드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