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LG배 세계기왕전] 박승화의 名局

〈총보〉(1~232)=흑이 잘 못 두었다기보다 백의 반면(盤面) 운영이 빛났던 한 판. 전문가들도 이 바둑을 박승화의 명국(名局)으로 평가했다. 이름값에서 앞서는 천야오예는 초반부터 고압적 자세로 공세를 펼쳤지만 박승화는 침착하게 받아치며 호각(互角)을 유지해 갔다. 승부는 우상귀 전투에서 갈렸다. 백의 침입군이 흑진 속에서 멋진 수순으로 살아가선 바둑도 사실상 끝났다.

특히 120의 붙임은 압권이었다. 흑이 참고도 1로 젖히면 오른쪽 백 석 점을 잡을 수는 있지만 좌변을 (흑29)통처럼 싸발린 뒤 중앙쪽 흑 일부가 잡혀버린다. 10~14가 한 수 늘이는 호수순이어서 이 수상전은 백이 한 수 빠르다. 122 이후 흑의 필사적 저항에도 불구하고 대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가위 '박승화의 재발견'이다. 그가 이 바둑을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계기로 삼아 정상권 무대에서 자주 얼굴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족(蛇足). 이 바둑 기록지엔 흑백의 총 소비시간이 기입돼 있지 않다. 총보(總譜)에서 중요한 정보 하나가 빠지게 된 이유다. 기록자들의 책임의식 배양, 한국기원의 기록자 교육 강화가 모두 필요해 보인다.(200…182, 203…185, 225…168, 278수 끝 백 불계승, 232수 이하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