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에 비친 '모던 조선'](44) 키스 잘하는 배우는 巨富가 된다?

조선일보 1928년 3월 6일자 문화면 '연예와 영화' 난은 '흥행가치를 정하는 영화의 러브씬'을 시리즈로 분석했다. 1926년 나운규의 '아리랑'이 개봉된 후, 영화에 사람이 몰리고 외국영화가 물밀듯이 밀려올 때였다. '연예와 영화'는 영화팬이 급격히 늘면서 1927년 1월부터 설치한 문화면 고정란.

시리즈의 부제는 '키쓰' 잘하는 배우는 거부(巨富)가 된다'였다. 2회로 그쳤지만 첫회는, "흥행가치에 너무 편중된 아메리카 영화제작자들은 영화마다 '어떻게든 관객의 넋을 하늘 꼭대기까지 끌어올릴까?' 하는 데 머리를 쓰기 때문에 어떤 영화든 별의별 러브씬을 끼우지 않는 것이 없다"고 지적하고, '러브씬을 좋아하는 관객에게 환심만 사면 성공'해 '(주인공이) 은행두취(은행장)가 되고, 텍사스의 석유밭(油田)을 소유'하게 되는, '러브씬' 남용 세태를 꼬집었다. 이튿날 지면엔, "육체적으로 노골적인 것을 바라는 것이 요사이 영화팬의 기질이라면, 도통 극이라는 게 소용이 없스리라"고 한탄하면서, 흥행만 노린다면 차라리 '교미기의 가축 실사(實寫) 영화'를 만들라고 일갈했다.

조선일보가 갈수록 '노골적'으로 변해가는 영화를 비판한 것은, '기껏해야 사람 눈을 피해 몰래 편지질'이나 하던 우리 젊은이들의 애정 표현이 영화의 영향으로 급속히 과감하게 변해가고 있었다고 봤기 때문이다. '모던 보이'와 '모던 걸'들은 성업 중인 '카페'와 '단스홀'에서 스크린 속 '뜨거운 표현'을 흉내 내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영화에 나타난 연애의 표현기교'를 네 차례의 시리즈로 분석, '노골적인' 연애 표현보다는 '은근한' 방식을 권했다. "근대문화의 선구자 영화 필름에 나타나는 연애의 표현도, 점점 그 방식을 달리하야 키스하는 것을 커다랗게 박히는 것쯤 가지고는 충분한 관능의 묘사를 했다고 할 수 없게 되었다"며(1929년 2월 6일자), "아주 짧은 시간에 잠깐 감각적인 키스를 할 경우, 카메라는 우선 여자의 다리에다 대고 그 찰나에 비단 양말을 신은 여자의 한쪽 발만 허리까지 꼬부려 올린다. 이것만 갖고도 두 사람의 사이를 확실히 보일 수 있다"고 했다.(1929년 2월 7일자) 또 "에로틱한 러브씬도 아주 야비하고 천박한 방법과 한 번 보면 정신이 쇠락해질 만큼 깨끗한 키쓰를 보여주는 사람도 있다"며, "서로 허리가 끊어질 듯한 포옹으로 정열이 끓는 모양을 보여주는 점으로는 훌륭하나, 구라파의 어떤 영화에서는 그 동작이 야수적이어서 도리혀 '촤-ㅁ잉'을 주지 못하고 효과를 엷게 한다"고 지적했다.(1929년 2월 8일자) "서양 사람은 부부간에도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삼매지경에 들어가는 수가 있는 모양인데, 너무 노골적이어서 자미가 없다"며 "차라리 여자가 마지못해 허하는 듯한 키스나, 허리에 손을 대고 부벼 애닯게 사랑을 호소하는 방법이 더 에로틱하다"고 주장했다.(1929년 2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