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수퍼마켓' ETF, 재테크 필수품으로 우뚝

주가지수와 비슷하게 움직이면서 거래소에서 쉽게 사고팔 수 있는 ETF(상장지수펀드)의 질주가 눈부시다. ETF의 하루 평균 거래 금액은 지난해 1100억원에서 올해 2239억원으로 배 이상 늘어났다. 지난 2002년 4개 종목이 상장하면서 처음 출범한 국내 ETF시장은 18일 100개 종목으로 늘어나며 'ETF 100종목 시대'를 맞는다.

배재규 삼성자산운용 상무는 "ETF는 금(金), 농산물, 원유, 달러, 채권 등 다양한 상품을 갖추고 있는 투자 수퍼마켓"이라며 "앞으로 미국·유럽 등 선진국처럼 ETF만 갖고서도 재테크를 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업종 투자해서 위험 분산

올 들어 투자자문사들의 자문형 랩(맞춤형 자산관리계좌)에 뭉칫돈이 몰려가면서 증시에 종목별 양극화 현상이 심해졌다. 10~20개 우량종목에 압축 투자하는 자문형 랩이 매수한 종목은 주가가 급등세를 탔지만 그렇지 않은 종목은 수익률이 신통치 않았다.

윤주영 미래에셋맵스 이사는 "주식시장에 상장된 종목이 2000개를 넘는데 이 중에서 좋은 회사를 쏙쏙 뽑아 투자하기란 불가능하다"며 "돈 될 만한 개별 종목을 고르는 것보다 유망한 업종을 고르는 것이 수월하다"고 말했다.

예컨대 자동차업종 전망이 좋다는 걸 알아도 이 중에서 한두 종목을 고르려면 쉽지 않지만, 자동차 관련 종목에 골고루 투자하는 자동차ETF에 투자하면 중상(中上)의 성적은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김분도 대우증권 부장은 "지금까지 개인 투자자들은 개별 주식 투자에 치중해 와서 늘 위험에 노출돼 왔다"며 "ETF 시장이 성장하는 것은 대한민국 자본시장이 성숙해 간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화끈하게 베팅해 고수익 노린다

주식워런트증권(ELW)은 주가 예측만 정확히 하면 소액을 투자하고도 큰돈을 벌 수 있는 상품이다. 화끈한 투자를 즐기는 한국인들이 몰려들면서 시장 규모가 세계 1위로 급성장했다.

그러나 최근 검찰이 ELW 부정 거래 수사에 착수하고 건전화 방안이 시행될 예정이어서 ELW시장은 고사 위기에 처했다. ELW 거래 대금은 이달 들어 지난해 말과 비교해 3분의 1 토막이 났다. ELW 규제 강도가 높아지면서 일부 투자자들이 공격형 ETF로 옮겨타고 있다. 공격형 ETF로는 주가등락률의 2배만큼 가격이 움직이도록 만들어진 레버리지ETF, 주가가 떨어져야 수익을 내는 인버스ETF 등이 대표적이다. 레버리지ETF와 인버스ETF는 하루 평균 거래량이 각각 600만주, 400만주가 넘어 1, 2위를 달리고 있다. 배재규 상무는 "지난해 상장된 레버리지ETF는 위험이 크기는 하지만 잘하면 지수의 두 배로 벌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작용해 하루 거래량이 1200만주에 이를 정도로 인기"라고 말했다.

◆수수료 싸고 투명하다

"비싼 보수 주면서 펀드를 맡기는데도 수익률은 별 볼 일 없더라고요. 내 돈을 어떤 종목에 투자하는지 알고 싶어도 가르쳐주지 않고요."(회사원 김석원씨)

ETF의 급성장 배경에는 비용이 비싸면서 좀처럼 속내를 보여주지 않는 주식형 펀드에 대한 불만이 깔려 있다. 한륜석 한국거래소 팀장은 "펀드는 2~3개월 지나야 투자 종목이 공개되는 데 반해 ETF는 실시간으로 어떤 종목에 투자하는지를 알 수 있다"며 "투자자들이 ETF의 투명성에 많은 매력을 느낀다"고 말했다. 펀드 거래를 하려면 금융회사 창구에 가야 하고 환매에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 반면 ETF는 홈트레이딩시스템(HTS)으로 바로 거래가 되니 편리하다.

비용 측면에서도 ETF는 펀드보다 저렴하다. 올 들어 자산운용사들이 수수료 파괴에 나서면서 ETF는 최저 비용이 연 0.15%까지 낮아졌다. ETF는 수익률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17일 펀드 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ETF는 지난해 국내 주식형펀드 중에 수익률 상위 1~4위를 휩쓴 데 이어 올 상반기 누적 수익률에서도 1~2위를 기록했다.


◆ ETF(상장지수펀드)

코스피200 등 특정 주가지수를 펀드로 만든 뒤 이를 상장시켜 주식처럼 거래소에서 실시간으로 사고 파는 상품이다. 펀드처럼 여러 종목을 묶어놨지만, 증권사 계좌를 통해 실시간으로 간편하게 매수와 매도 주문을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