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 힘 빠진 사이… 내수·중소형주 펄펄

상반기 주식시장을 주름잡았던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 종목들이 맥을 못 추는 사이 대안 투자 대상으로 내수주와 중소형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경기 둔화, 유럽 재정위기라는 글로벌 악재가 만성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종목들에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부 정책이 물가 안정과 경기 부양에 맞춰지고 있다는 점이 호재로 부각하고 있다.

◆'차·화·정' 너무 올랐나

18일 코스피시장에서 현대차는 지난 5월 최고가보다 7.0% 하락한 23만6500원에 마감했다. 기아차도 4월 최고가보다 2.3% 하락한 7만5100원에 마감했다. 지난 상반기 내내 상승일로를 달리던 모습과 대조된다. 자동차·조선업이 포함된 운송장비업종지수도 지난 5월 말 이후 2.4% 하락했고, 정유주가 포함된 화학업종 역시 1.0% 하락하는 등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다.

남유럽 국가들의 디폴트 위험이 고조되는 있는 한편 미국이 세계적인 신용 평가사들로부터 신용등급 하향 경고를 받는 등 세계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가시지 않으면서 '차·화·정' 업종의 하반기 수출 실적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긴축 가능성도 악재 중 하나다. 홍순표 대신증권 시황팀장은 "자동차 기업의 실적은 크게 나빠지지는 않겠지만 대외적인 불확실성 때문에 주춤하는 것 같다"며 "미국·유럽 경제 위험이 완화되기 전까지는 대외 변수에 자유로운 종목들이 상대적으로 각광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30개국 내년 대선, 내수주 인기

수출 주도주가 주춤하는 사이 그동안 철저히 소외당했던 내수주와 중소형주가 반사 이익을 얻고 있다. 대형 주도주들이 너무 많이 올랐다는 부담 심리와 함께 내년 대선을 앞둔 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대표적인 내수주인 유통업종은 지난 5월 말에 비해 6.2% 올랐고, 음식료품과 섬유·의복업종도 5~6%대 상승했다. 금융업 중 보험업종이 11.8% 오르고, 건설업종도 12.4% 오르는 등 내수와 관련된 업종이 크게 올랐다.

시가총액 규모로 봐도 대형주는 2.3% 하락한 반면 중형주는 8.3%, 소형주는 6.3% 오르는 등 투자자들의 관심사가 대형 수출주에서 중소형 내수주로 이동한 것을 볼 수 있다.

이진우 미래에셋증권 팀장은 "내년에는 미국 등 30개국이 대선을 앞두고 있어 많은 나라가 내수 경기 활성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내수주에 대한 관심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도 관광산업 육성, 서비스업 규제 완화, 골목경기 활성화, 대체휴일제, 소비 활성화 등 정책을 지난달 말 내놨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대선을 앞두고 하반기에도 경기부양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래도 주도주는 주도주

그러나 내수 중소형주가 기존의 주도주를 대체하기는 역부족이라는 반론도 높다. 수출 대형주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투자처를 찾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일 뿐 코스피 시가총액의 30%에 불과한 내수업종이 시장을 주도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홍순표 대신증권 팀장은 "내년 공공요금이 인상되면 물가가 오를 가능성이 크고 내수 진작을 아주 낙관하기는 어렵다"며 "수출주들이 대외 변수로 힘겨운 상황에서 틈새시장을 찾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화·정'의 업황이 아직 정점에 다다르지는 않았고, 조만간 발표되는 주도 업종의 2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좋을 경우 내수주에 대한 관심이 다시 약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기존 '차·화·정'을 대체할 수 있는 주도주는 '조·전·기(조선·전기·기계)' 등 여전히 수출업종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상원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중국이 긴축정책을 완화하면서 투자 설비를 늘리게 되면 우리나라가 경쟁력이 있는 조선, 전기, 기계, 화학, 철강 업종이 주도주를 대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