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공연의 대부분은 이웃 위한 것… 지금까지 200억쯤 기부"

―기부를 처음 시작했던 계기는.

"여섯 살 나를 가수로 키워주신 아버지가 늘 '네가 가진 것을 세상과 나누라'고 하셨다. 대중가요를 부르면 '딴따라'라고 무시하는 풍조가, 시쳇말로 장난이 아닌 시절이었다. 아버지는 '그럴수록 너라도 그런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 대중의 사랑을 얻었으니 그것을 나눠라. 세상에서 소외되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네가 가진 최고의 것을 나눠주라'고 했다. 내가 가진 최고의 것은 노래하는 재능이다. 그래서 50년 가수 생활 대부분은 어려운 이웃을 위한 공연으로 이뤄졌다."

―첫 기부를 기억하나.

"1974년 가수가 되고 처음 열었던 리사이틀 수익금 500만원을 안양에 있던 나환자촌 나자로 마을을 돕는 데 냈다. 당시 100만원이면 서울에서 집 한 채를 살 수 있던 시기였다."

―어린 생각에는 내 돈을 남에게 주는 데 거부감이 들 수도 있었을 텐데.

"처음에는 아버지 말씀을 전부 이해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딸이 대중예술인에 대한 그릇된 사회인식에 휘둘리지 않고 하나의 이정표가 되기를 바랐었다. 그 마음은 해가 지나면서 봉사활동이 쌓여가는 만큼 내 안에 자연스럽게 뿌리를 내려갔다."

―가장 기억에 남는 기부 공연은.

"2006년 1월 '하춘화 노래 45주년' 공연 중 한 회를 서울 시내 환경미화원 부부 1500쌍만을 위해 했다. 지방 공연을 마치고 새벽녘에 서울에 도착했는데 텅 빈 거리를 질주하는 차들 사이로 허리를 구부린 채 거리를 치우는 미화원들을 봤다. 그들의 고달픈 삶이 잊히지가 않았다. 그래서 환경미화원만을 위한 공연을 준비했는데 예상치 못한 반대에 부딪혔다. 미화원 조합측이 '환경미화원을 내세워 공연 수익을 챙기겠다는 의도가 아니냐'며 항의했기 때문이다. 나중에 오해가 풀리자 그들은 공연 포스터가 훼손되지 않았는지 살펴주고 포스터가 없는 곳에는 직접 붙여주기도 했다. 공연 후 서울시청에서 당시 이명박 시장과 환경미화원 노조위원장에게 공연 수익금 전액인 1억4200만원을 전달했다."

―지방 순회 때는 어떻게 기부하나.

"시골 분들은 공연 포스터가 붙으면 '돈 걷으러 왔다'는 얘기를 한다고 들었다. 하지만 내가 가면 그런 말이 나오지 않는다. 공연장에 군수나 시장님을 초대해 관객이 보는 앞에서 그날 공연 수익금을 전달하기 때문이다."

―학교를 세우기도 했다고 들었다.

"1976년 아버지 고향인 전남 영암에 낭주(영암의 옛지명)고등학교를 열었다. 영암에 고등학교가 없어 학생들이 광주와 목포로 유학을 가야 한다는 얘길 들었던 게 계기였다. 아버지 제안으로 앨범과 공연 수익금을 후원금으로 내놓고 아버지 고향 후배들도 힘을 보탰다. 시골 고등학교 개교식을 축하하기 위해 무려 3만여명이 모였었다. 주민들은 '하춘화 고등학교'라고 부른다고 들었다."

―기부나 나눔에 철학이 있나.

"누구는 내가 돈이 많아 기부한다고 하는데 쓸 것 안 쓰고 기부하는 거다. 지난 1월 다문화가정 돕기 공연에서는 '무료로 하는 공연인데 제가 힘이 더 나네요. 왜냐하면 여러분을 돕는 일이기 때문입니다'라고 했다."

―더 이루고 싶은 꿈이 있나.

"후배들이 마음껏 기량을 기르고 뽐낼 수 있도록 대중예술 전문학교를 세우고 싶다. 50년 가수 생활하면서 각종 자료를 모으고 있는데 나중에 공공기관에 기부해 대중문화 자료를 전시하고 공부하는 곳으로 만들려고 한다."

•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
• · 광고문의·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