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LG배 세계기왕전] 빼앗긴 明堂

〈제3보〉(39~52)=쿵제(孔杰)의 첫 세계제패는 2009년 TV아시아선수권대회를 통해 이루어졌다. 27세 때였으니 꽤 늦은 개화(開花)였던 셈. 그 후 1년여 동안 4개 국제대회를 연속 접수하면서 쿵제는 '대기만성'형의 새로운 패주(覇主)로 자리 잡는 듯했다. 하지만 2010년 하반기 이후 그의 페이스는 급격히 하락, 현재 자국 1위 자리마저 내놓은 상태다. 바둑세계 일인자의 즉위 연령과 수명(壽命)이란 연구과제 앞에서 쿵제의 경우는 혼란스러움을 안겨주고 있다.

39로 '키워 죽이는' 수로 귀의 백은 아직 완생(完生)이 아니다. 그렇다면 흑은 내친 김에 42자리에 단수까지 치면 더 좋지 않을까. 백이 흑 두 점을 따낸 뒤 흑 41이면 백은 '가'에 두어 살아야 한다. 하지만 그건 일방 수읽기다. 그 순간 백은 참고도 2로 잡아버릴 테니까. 똑같은 두 점이지만 ▲와 △의 가치는 하늘과 땅 차이다.

45까지 일단락됐다. 백이 선수(先手)를 뽑았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 하나, 이럴 줄 알았으면 포석단계에서 흑이 ■보다는 '나'에 두는 간격이 좀 더 나았을 것이다. 46의 '명당'을 차지해 백의 만족이란 중론. 흑은 47로 걸쳐만 놓은 뒤 49, 51로 좌하귀부터 결정을 서둔다. 52 때 흑은 '다'와 '라' 중 어디가 옳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