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자유로·신분당선 약발 아직은…

그동안 새로운 도로가 뚫리고 지하철이 놓이면 어김없이 해당 지역 부동산 시장이 출렁거렸다. 최근 수도권에는 대형 교통개발 호재 2개가 잇따라 터졌다. 파주~서울을 잇는 제2자유로와 강남~분당을 연결하는 지하철 신분당선 개통이다. 이들 교통망은 서울까지 접근성을 크게 개선시킬 전망이다. 과연 이들 호재가 침체된 지역 부동산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제2자유로 뚫린 파주·고양

제2자유로는 서울 마포구 상암동 DMC부터 경기 고양시 킨텍스, 파주출판문화정보산업단지와 파주LCD산업단지까지 연결하는 길이 22.69㎞의 왕복 6차로다. 수도권에서 서울까지 가는 시간이 20분이나 빨라진다. 현재 매일 65회씩 운영하는 파주신도시~서울 간 광역급행버스도 더 많이 운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현지 부동산 시장 반응은 미지근하다. 제2자유로 개통 최고 수혜지역으로 꼽히는 교하신도시의 K공인중개사는 "문의도 없고 매매 분위기도 살아날 기미가 안 보인다"고 말했다. 경기 고양 행신동의 H공인중개사도 "개통 전이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게 없다"며 "전세는 원래부터 거의 없었고, 매매도 문의조차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실제로 교하읍 자유로 현대아이파크와 교하2차 현대 등 중대형 주택 시세는 제2자유로 개통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1000만~1500만원쯤 내렸다.

◆침체된 분당 지하철 효과 볼까

경기 북부의 제2자유로와 함께 경기 남부의 최대 호재로 꼽히는 지하철 신분당선(연장선)은 오는 9월 1단계가 개통된다. 이 노선은 서울 강남~판교~분당을 연결하며 총 길이는 17.3㎞다. 신분당선 연장선이 개통되면 강남에서 분당 정자동까지 이동 시간이 16분으로 줄어든다.

그동안 부동산 시장에서 서울 강남 접근성 개선은 가격 상승에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2009년 개통된 지하철 9호선은 '골드라인'으로 불리며 인근 지역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렸다. 닥터아파트 관계자는 "2009년 한 해에만 9호선 인근 아파트 시세는 평균 11.5% 상승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엔 분위기가 좀 다르다. 분당 정자동 C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팔겠다는 사람도, 사겠다는 사람도 없다"고 말했다.

 

◆호재도 묻어버린 경기 침체

대형 교통망 개선 호재에도 불구하고 지역 부동산 시장이 미동도 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투자 심리가 지나치게 위축된 탓이라고 분석한다. '부동산1번지' 박원갑 연구소장은 "부동산 시장은 지금처럼 침체기엔 호재에 둔감하고 악재에 민감하기 마련"이라며 "시장 침체가 호재를 묻어버렸다"고 말했다.

실제로 분당과 일산의 경우 지하철 개통, 제2자 유로 개통이란 호재가 리모델링 수직증축 불허란 대형 악재에 막혀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다. 성남시 분당구의 경우 전체 공동주택 255개 단지 14만여 가구 가운데 60%가 넘는 8만7000여 가구가 리모델링 허용 요건을 갖춰 그동안 리모델링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정부는 최근 가구 수 증가, 일반분양 등을 동반하는 리모델링 수직증축을 불허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닥터아파트' 이영진 이사는 "분당·평촌·일산 등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에서도 리모델링 수직증축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