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지리산 최고의 피서지 '구룡계곡'으로 떠난다!
입력 : 2011.07.21 11:25
본격 여름 휴가시즌이 열렸다. 올 여름 무더위의 기세로는 동네 뒷산이라도 찾아야 무사히 여름을 날 듯 싶다. 어디로 떠나면 좋을까? 하얀 포말이 부서지는 바닷가 백사장, 얼음장 같은 청정수가 흐르는 계곡…. 어디라도 좋다. 하지만 한 여름 땡볕을 피하기로는 울창한 숲 그늘이 최고다.
그래서일까, 때 이른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올여름 지리산자락 계곡 마다 더위를 식히려는 인파가 밀려 들고 있다. 그중 기암괴석과 원시림이 어우러져 최고의 경관을 자랑하는 지라산 구룡계곡은 더위 탈출을 노리는 피서객들에게 단연 인기 코스로 꼽히고 있다.
전북 남원시 주천면 호경리와 덕치리 사이에 자리한 구룡계곡은 만복대, 고리봉, 세걸산으로 이어진 지리산 서북능선의 왼쪽 자락에 자리한 청정 계곡이다.
춘향묘 입구 육모정에서 정령치 방향으로 5분정도를 더 걸어 들어가면 구룡삼곡(구룡탐방지원센터)이 나서고, 이곳부터 계곡 탐방이 시작된다. 이정표를 따라 걷다보면 바위틈새에 자란 소나무가 운치를 더하고, 바위 사이의 맑은 물, 그리고 야생화가 여름을 알린다.
육모정에서 구룡폭포까지 3km 가량 이어지는 계곡 길은 때 묻지 않은 지리산의 청정 자연이 펼쳐지는 곳이다. 때문에 맑은 계곡수를 따라 숲길 트레킹을 즐기기에 이만 한 곳이 또 없다. 기암괴석 사이로 하얀 물거품과 함께 쏟아져 내리는 청정수는 마음까지 다 시원해진다.
구룡계곡 트레킹을 다녀 온 이들이라면 이곳이 지리산 둘레길보다 낫다고 평하는 경우가 많다. 요즘 지리산 둘레길은 무슨 순례길 처럼 변해가고 있다. 물론 워낙 장중한 산세이고 보니 수많은 탐방객을 너끈하게 품고도 남는다. 하지만 녹음방초 속 그야말로 호젓한 관조의 발걸음을 떼어 놓고 싶다면 육모정~구룡계곡 코스를 추천한다. 덜 알려진 탓에, 그리고 접근도 쉬워 지리산의 자연을 즐기기에 그만이다.
구룡폭포 까지 가는 동안 바위의 모양이 말구유 같이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구시소', 곡식을 까불리는 키를 닮았다는 '챙이소', 선인이 바둑을 두었다는 '유선대' 등 구룡계곡의 아홉 절경이 펼쳐진다. 유선대에는 물길 옆으로 너른 바위가 나타난다. 산행에 다리쉼을 할 만한 장소로, 한소끔 씩 찾아드는 산중 바람에 땀방울을 씻어낼 수 있다.
지주대를 지나 1km를 채 못가서 우렁찬 물소리가 들려온다. 구룡계곡의 하이라이트 '구룡폭포'다. 평소 수량이 풍부한 폭포수이고 보니 올해처럼 비가 많은 때에는 그 웅장함이 더하다.
구룡계곡은 청정수의 시원함과 더불어 전통문화를 함께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남원의 국악 명창들이 득음을 위해 판소리를 연습했던 곳으로, 동편제 소리꾼들에게는 성지에 다름없다. 송만갑, 박초월, 강도근 등 당대 최고의 국창, 명창들이 웅장한 폭포 소리에 맞서 절세의 소리를 다듬어 냈다.
계곡의 최상류에 있는 구룡폭포는 만복대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구룡계곡에서 누워 있는 형태의 폭포다. 폭포의 높이는 10m이며, 경사를 따라 흘러내리는 폭포의 길이는 30m 정도이다.
남원팔경 중 제1경으로 꼽히는 절경으로 높은 곳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소용돌이친 다음 미끄러져 내린다. 지리산 관광도로가 개설되어 구룡계곡의 경치를 보다 편리하게 감상할 수 있다.
폭포 주변은 풍광을 속속들이 탐방할 수 있도록 나무 데크와 철제 데크, 현수교(흔들다리) 등을 마련해두었다. 폭포감상을 마치고 왔던 길을 되돌아가면 6km 왕복 트레킹 코스로, 3시간 남짓 걸린다.
내친 김에 지난 해 남원시에서 야심차게 선보인 '구룡폭포 순환코스'(9.5km)에도 도전할 수 있다. 순환 코스는 육모정~구룡폭포 구간에 지리산 둘레길 제1코스를 더해 육모정으로 되돌아오는 트레킹 길이다. 지리산의 장중한 계곡미와 때 묻지 않은 산촌의 풍광을 함께 접할 수 있어 마니아들 사이 인기다. 특히 자칫 단조로울 수도 있을 둘레길의 단점이 보완된 코스로 그다지 멀거나 험하지도 않다.
구룡폭포 순환코스는 폭포에서 나무계단을 통해 산위로 오른 뒤, 숲길을 따라 구룡폭포 주차장에 도착~둘레길인 회덕마을~정자나무 쉼터 ~구룡치~개미정지 쉼터~내송마을~육모정에 이르는 구간을 따라 걸으면 된다.
남원시청 박흥근 공보담당관은 "올 여름 최고의 명품 피서지로 지리산 구룡계곡을 적극 권한다"면서 "올 여름 같은 무더위에는 남원 토박이들이 꼭꼭 감춰두며 애용하고 있는 구룡계곡을 찾아 건강하고 흡족한 바캉스를 즐기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남원시에서 육모정행 시내버스(20분 소요)가 운행되고 있다. 김형우 기자 hwkim@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