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만 20억원… 그래도 세금 10억부터 낸 사장

"더 잘하라는 격려로 생각하고 어려운 사람과 함께하는 사업가가 되겠습니다."

제주에서 세탁업체 한라산업을 운영하는 김창기(55) 대표는 22일 국세청으로부터 '아름다운 납세자상'을 받고는 감격에 겨운 듯 상기된 표정이었다. 국세청은 올해 제정한 이 상을 어려움을 딛고 성실하게 세금을 내고 사회공헌 활동을 한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 33명에게 주었다.

제주도에서 나고 자란 김 대표는 1994년 한라산업을 세웠다. 제주가 관광도시로 커가면서 호텔 손님이 늘자 세탁물도 넘쳐났다. 유럽에서 최신 장비를 들여와 사업을 계속 확장했다.

하지만 큰 시련이 닥쳤다. 1997년 IMF 외환위기다. 환율이 크게 올라 설비 리스료가 두 배로 솟았고 관광도 타격받아 일감은 확 줄었다. 주변에서 돈을 빌리고 사채에도 손댔지만 빚은 20억원으로 불었다. 못 낸 세금도 10억원이나 됐다. 김 대표는 "그땐 죽고 싶었지만 위기 이후에 기회가 온다는 생각으로 이를 악물고 남들보다 두 배 넘게 일했다"고 말했다.

다행히 경제가 살아나면서 관광객이 많아졌고 일감도 늘기 시작했다. 사채부터 차근차근 갚았고, 세금도 나눠 냈다. 3년이 지나자 빚과 체납 세금을 정리할 수 있었다. "위기를 넘기면서 주변을 돌아봤지요. 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았으니 되갚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김 대표는 2001년부터 일자리가 없는 장애인과 노인을 고용했다. 직원 68명 가운데 51명이 장애인이다. 일부 출퇴근이 힘든 장애인 직원을 위해 아침·저녁으로 직접 미니버스를 몰고 있다.

국세청은 김 대표를 포함한 이번 수상자들에게 3년간 세무조사를 유예하고 신용보증기금 심사 우대, 대출금리 우대 혜택을 주기로 했다. 공항에서 출입국 절차도 신속히 마무리받게 된다.